1970~80년대 민주화 운동 진영의 사랑방이자 재야 인사들의 안식처였던 세실레스토랑이 오는 10일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다.
서울 정동 대한성공회 대성당 부속건물 지하에 자리잡은 세실레스토랑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1987년 6·10 민주항쟁을 앞두고 오충일 목사, 진관 스님, 계훈제 선생 등 9명이 엄숙한 얼굴로 레스토랑에 모여 있는 흑백사진이 걸려 있다. 엄혹한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 세실레스토랑은 민주진영 인사들이 은밀히 논의하고 각종 기자회견을 열던 곳이었고, 노무현 정부가 들어설 즈음부터는 뉴라이트 계열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여는 등 시대를 막론한 ‘재야’의 공간이었다. 1979년 언론인 출신 서인태씨가 친구들과 연 이곳은 고은 시인 등 문인들도 즐겨 찾았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정충만(50) 지배인은 “경기침체로 매출이 준데다 지난 촛불집회 때 손님들의 접근성이 떨어진 게 타격”이라며 “세실은 6월 항쟁 때 김영삼씨와 김대중씨가 함께 민주화 선언문을 낭독했던 자부심 어린 장소”라며 폐업을 아쉬워했다. 건물주인 대한성공회 쪽은 “공간 활용 계획은 아직 없다”면서도 “많은 이들의 향수를 충분히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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