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공단 “문구수정 하겠다는 뜻” 의미 축소 논란
반도체 제조공정 노동자 역학조사 결과를 “보완하겠다”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보고서 심의가 끝났으므로 보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을 뒤집어 유가족 등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지난 20일 보도 참고자료를 내어 ‘공단이 반도체 역학조사 결과를 보완하기로 했다’는 유가족 등의 기자회견 및 언론 보도와 관련해, “역학조사 보고서에 대한 최종 심의를 이미 마쳤다”며 보고서를 보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공단은 앞서 지난 14일 유가족 등에게 보낸 회신에서는 ‘지난 12월 역학조사 결과 발표 때 건강노동자 효과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유가족 등의 지적과 관련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건강근로자 효과를 고려한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견해를 …보고서에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가족 등의 ‘보고서 수정 요구’에, 공단은 같은 회신에서 “역학조사 최종 보고서의 결론의 보완 및 문구 수정 등은 역학조사 평가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시행”하겠다며 ‘결론을 보완할 것임’을 명시했다. 공단은 지난 12월 발표한 역학조사 보도자료는 “주요 결과만을 요약 제시할 수밖에 없는 형식상의 한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공단의 회신 내용이 언론에 알려지자, 공단은 다시 말을 바꿨다. 역학조사를 한 공단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강성규 원장은 “보고서를 보완한다는 건 일부 표현상의 문구를 고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가족·시민단체 등이 모인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는 “공단이 ‘보완한다’는 의미를 갑자기 축소하고 왜곡하려 한다”며 공단 쪽에 엄중히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종란 노무사는 “공단은 역학조사 결과 발표의 한계가 ‘보고서에 이미 반영돼 있다’고 하지만, 그동안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바가 전혀 없었다”며 “반도체 자본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