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18일 저녁 서울 명동성당 뒤편의 수녀원 교육관에서 연 김수환 추기경 추도미사에 참석한 함세웅·문규현·김병상 신부와 박형규 목사 등이 추모객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수환 추기경 선종]
장기기증 신청 쇄도…입양 문의 늘어
대북 지원·소수자 인권 등 관심도 증폭
장기기증 신청 쇄도…입양 문의 늘어
대북 지원·소수자 인권 등 관심도 증폭
고 김수환 추기경의 삶이 우리 사회에 온유한 사랑의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 평생 낮은 곳에서 사랑을 실천해 온 추기경의 삶이 알려지면서 고인의 삶을 본받으려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는 18일 명동성당 한 구석에 부스를 꾸렸다. 김 추기경이 세상을 떠나며 두 눈의 각막을 기증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장기기증 신청 문의가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부 쪽은 17일 하루 기증의 뜻을 밝힌 전화가 보통 때보다 갑절 이상인 40건을 기록했고, 18일에도 전화기에 불이 날 정도라고 밝혔다. 김 추기경이 초대 이사장을 지낸 장기기증 서약 기관인 ‘한마음한몸 운동본부’에도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주부 배미자(57)씨는 “종교는 없지만 추기경님의 향기나는 삶의 모습을 본받고 싶어 어제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며 “추기경님처럼 주변을 돌보는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17일 저녁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그동안 장기기증에 대한 생각만 하면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다가 김 추기경의 모습에 조금이라도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 장기기증센터에 장기와 각막 모두 기증하겠다고 서명했다”고 밝혔다. 김 추기경이 설립한 서울 성북동 미혼모 자녀 입양 기관인 ‘성가정입양원’에는 18일 입양 문의가 평소보다 많은 10여건을 기록했다.
김 추기경이 애정을 쏟아온 사회운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김 추기경은 살아 생전 북한 동포들의 궁핍한 삶을 염려했으며, 외국인 노동자, 미혼모,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 등 소수자들의 인권 개선에 애썼다. 1996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설립 당시에는 이 단체 고문으로 직접 참여했으며, 97년 4월에는 송월주 스님, 강원룡 목사 등과 더불어 옥수수죽 먹기 행사에 참여해 대북지원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관계자는 “김 추기경 선종 이후 한 동안 뚝 끊겼던 후원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김 추기경님의 선한 삶이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또 안규리 교수 등 서울대 의대 교수들을 모아 ‘라파엘 크리닉’이란 외국인 무료 치료 의료기관을 설립했다. 이 클리닉에는 지금도 매주 70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찾아와 무료로 치료를 받는다.
이날 2살·12살 된 딸의 손을 잡고 명동성당을 찾은 장경희(37)씨는 “그동안 주위 사람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살아왔지만 정작 주변을 살피는 데는 소홀했던 것 같다”며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추기경님의 뜻을 받들어 봉사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길윤형 정유경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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