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용역기간·비용절감 내세워 외국기관 배제
한국항공운항학회에 맡겨…10일만에 검증토록
한국항공운항학회에 맡겨…10일만에 검증토록
제2롯데월드 건축에 따른 정부의 비행 안전성 검증 용역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이 13일 입수한 ‘제2롯데월드 관련 2차 행정협의조정위원회 실무위원회 회의자료’를 보면, 실무위는 지난 5일 국무총리실장과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국방부 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한국항공운항학회를 비행 안전성 검증기관으로 선정하고 2900만원을 들여 단 10일 만에 검증을 끝내도록 결정했다. 이는 2006년 10월 문엔지니어링이 같은 과제의 용역을 70일 남짓 실시한 것과 견주면 ‘초단기 검증’이다.
실무위는 회의자료에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제기된 비행 안전성 문제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검증하는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루이스버거·보잉·마이터 등 외국기관에 대해 “객관성은 담보할 수 있으나 용역 수행기간(3개월)과 비용(1억5천만원)이 많아지는 문제가 있다”며 배제했다. 대신 실무위는 “용역 수행기간과 비용절감이 가능하다”며 한국항공운항학회를 선정했다. 객관적 검증을 이번 용역의 취지로 들면서 시간과 비용이 더 든다는 이유로 객관성보다는 용역기간과 비용을 우선해 고려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실무위는 “외국기관이 검증용역을 한다고 공정성 문제가 완전히 불식되지 않으며, 검증용역 결과에 관해 전문가 토론회를 거쳐 객관성 등을 확보하려 하는 만큼 국내기관을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해명했다.
한국항공운항학회가 선정된 배경도 석연찮다. 애초 실무위는 국내기관 중 한국항행학회, 문엔지니어링, 한국항공우주법연구소, 한국항공운항학회 등 네 곳을 후보로 고려했다. 실무위는 회의자료에서 탈락한 세 곳에 대해 “공신력 또는 전문성 있는 기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항공운항학회의 기술력이나 전문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실무위 관계자는 “한국항공운항학회가 롯데나 공군 등 이해당사자로부터 용역수행이 없는 등 이해관계가 없는 기관이라는 점이 고려됐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운항학회는 대표적인 과학학술단체인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에도 가입돼 있지 않다. 이 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는 학술진흥재단의 정식 등재지가 아닌 등재 후보지다.
유승민 의원은 “국민의 생명과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제2롯데월드 건축에 따른 비행 안전성 검증을 실시하면서 단지 돈과 시간이 적게 든다는 이유로 용역을 결정한 것은 납득하기 힘든 전형적인 속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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