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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일선 판사·시민단체 “당연한 결론…재판 독립성 지킬 제도마련을”

등록 2009-03-16 19:46수정 2009-03-16 23:27

김용담 대법원 진상조사단장(뒷모습)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촛불재판 개입 의혹’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을, 각 신문·방송사 보도진이 취재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김용담 대법원 진상조사단장(뒷모습)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촛불재판 개입 의혹’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을, 각 신문·방송사 보도진이 취재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촛불재판 개입 확인
■ 법원 분위기

“판사들 문제제기 대체적 수용 재판 독립성 지킬 제도 마련을”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 재판 개입 의혹을 조사한 대법원이 16일 주요 의혹에 대해 “재판 개입으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자, 일선 판사들은 “판사들의 문제제기가 대체적으로 수용된 결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법관 인사제도와 배당문제 등 사건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꼽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안이 제시되지 않아, 법원이 조속히 구체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 지방법원의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으로 (재판의 독립성과 관련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제도 개선이 어떤 식으로든 필요하다는 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언론에서 관련 의혹들이 보도되고 법원에서 진상조사단을 꾸릴 때 즈음 법원 내부에서 배당문제를 두고 전자 배당으로 할 것인지 구체적인 법원 예규를 만들 것인지 설문조사를 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문제를 의식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판사는 “이 사건은 결국 고등부장 승진제도로 다 귀결되는 문제”라며 “특별히 판사로서 자질이 없다는 게 판명나지 않는 이상 판사들이 임용된 뒤 현직에 남아 있을 수 있도록 하는 평생법관제도가 보장된다면 누구든 법원장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판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원장에게 몰린 근무평정제도가 아닌 다면평가제를 도입하자는 주장 등 다양한 개선책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파문이 사법부 조직에 누적된 관료주의적 문화나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 의지 부족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안인 만큼, 구조적인 해법을 추구해야 한다는 지적들이다. 어렵게 확보한 사법부 독립성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게 이번 파문의 교훈이라는 인식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이용훈 대법원장은 이날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번 사태를 통해 지적된 여러 문제점을 시정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할 방안을 신속히 강구할 것”을 지시해, 어떤 개선 방안이 나올지 주목된다.

한편 신 대법관의 처신이 ‘부적절하다’는 데는 젊은 판사들부터 법원장급 판사들까지 공통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진상조사단의 결론은 이런 내부 의견을 수용한 결과로 평가된다. 한 판사는 “게시판 글로 판사들의 의사가 나타날 정도라면 내부적으로 상당히 응집된 의견들이 모아져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올까봐 오히려 더 걱정했다”며 “대법원에서 할 수 있는 최상의 결론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현철 김지은 기자 fkcool@hani.co.kr


■ 시민단체 반응

“재판관여 인정 마땅한 결론” 신 대법관 사퇴 촉구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 의혹’과 관련한 조사 결과를 두고, 촛불 집회에서 연행돼 재판을 받고 있는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재판 관여를 인정한 것은 마땅한 결론”이라며 신 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참여연대, 새사회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16일 성명을 내어 “신 대법관의 재판 개입을 인정한 것은 사필귀정이며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현행 법관인사 제도 등이 사법권 독립을 해치고 있는 이상, 법원장 선거제 등 민주적인 제도개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신 대법관의 징계·처벌 △이용훈 대법원장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 △인사제도 개혁과 민주적 사법개혁 등을 요구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성명을 통해 “법원은 왜 이런 불미스런 사태가 발생했는지 자기성찰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협은 이번 사건이 지난 반세기 동안 관료주의적 사법체제가 지속돼 온 데 근본 원인이 있다며 인사권자에게 권한이 집중된 인사제도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어 “법원은 법학전문대학원 및 변호사시험 도입 등 사법제도 변화에 맞춰 법조 일원화를 근간으로 하는 인사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성명에서 “재판 관여 행위라는 결론이 남으로써 재판의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찾은 것은 긍정적”이라며 “재판 독립성이 법원 내부에서부터 확립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민변도 성명을 내 “대법원이 촛불 배당문제가 불거졌을 때 성급히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으려 했고, 진상조사단을 대법원에서만 구성하는 등 절차적, 내용적으로 부적절한 점이 많았다”며 좀더 분명한 사실규명과 책임을 요구했다.

촛불집회로 연행됐던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신 대법관이 재판에 관여했고 사법 행정권을 남용했다고 드러난 만큼 윤리위원회의 조처와 무관하게 신 대법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며 “이용훈 대법원장도 향후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변철환 뉴라이트전국연합 대변인은 “조사 결과가 개인적 견해와 달라 유감”이라면서도 “진상조사 결과에 대해 당연히 수긍해야 하며, 향후 윤리위원회 판단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민주적 사법개혁 실현을 위한 국민연대회의’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영철 대법관의 직권남용을 처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민주적 사법개혁 실현을 위한 국민연대회의’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영철 대법관의 직권남용을 처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 정치권 반응

여 “정치공세는 그만” 야 “신 대법관 사퇴를”

정치권은 16일 대법원의 신영철 대법관 관련 조사 결과 발표에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신 대법관을 두둔했던 한나라당은 조사 결과를 수용한다면서도 불만을 내비쳤다. 조윤선 대변인은 “대법원 진상조사단이 정치적 입장이나 영향에 관계없이 엄정한 조사를 했다고 믿는다. 사법부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해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논평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소장판사들의 주장과 신 대법관의 소명을 모두 받아들인 절충안을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론 (신 대법관이) 사퇴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판단하지만, 그 여부는 앞으로 법원 윤리위에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그동안 한나라당 지도부는 “(신 대법관의 이메일 등에 압력을 느꼈다는 일선 판사들의) 말을 갖고 그런 중대한 문제의 판단 자료로 삼을 수 없다”(11일, 박희태 대표)라고 하는 등 공공연히 신 대법관을 옹호해 왔다. 한나라당이 신 대법관을 지키려는 태도는 여전했다. 조 대변인은 “조사가 일단락 됐으니 사후처리에 관해서도 정치공세는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도 민주당 등의 신 대법관 탄핵 요구에 대해 “탄핵을 발의할 요건이 안된다”며 선을 그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조사 결과를 환영하면서 즉각적인 신 대법관 사퇴를 촉구했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대법원 진상조사단의 결과가 무너진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신 대법관은 지금이라도 스스로 용퇴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원내부대표도 “신 대법관이 사퇴하는 것만이 사법부가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이라며 “즉시 사퇴하지 않는다면 국회가 신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법원으로서는 뼈를 깎는 아픔을 보여준 것으로 생각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신 대법관의 거취는 윤리위원회 결정 뒤 본인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성연철 송호진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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