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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자본주의 넘자”자본주의 열공

등록 2009-04-14 14:00

장하준 교수가 10일 오후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 위당관에서 자본주위와 관련 강의를 펼치고 있다. 신입생부터 노교수까지 대강당을 메우고 있다. 강의실 바닥까지 앉은 수강생들 사이를 비집고 장하준 교수(안경쓴이)가 들어오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장하준 교수가 10일 오후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 위당관에서 자본주위와 관련 강의를 펼치고 있다. 신입생부터 노교수까지 대강당을 메우고 있다. 강의실 바닥까지 앉은 수강생들 사이를 비집고 장하준 교수(안경쓴이)가 들어오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한국경제 어디로 가는가’
경제특강에 사람들 몰려“
시국토론장 같아” 열기 후끈
자본주의 분석 서적도 불티
자본주의 모범생 대한민국이 새삼스레 자본주의 학습 열기로 뜨겁다. 곳곳서 경제학 강연과 강독이 열리고, 현 경제위기의 원인을 기어코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사람들로 강의실이 붐빈다. 다들 불황이라는데, 자본주의 분석서를 내는 출판사들은 때아닌 재미를 보고 있다.

■ 장하준 교수 특강 현장 지난 10일 저녁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의 경제 특강이 열린 서울 연세대 위당관 지하강당은 이런 분위기를 압축해 낸 현장이었다. 350개의 좌석은 강의 시작 20분 전 동이 났다. 500명은 족히 넘어 뵈는 청중들이 측면과 중앙, 무대 앞 통로 바닥을 가득 메우고 넘쳤다.

이날의 강의 주제는 ‘경제발전과 민족성, 그리고 문화.’ 연세대 문화인류학과와 이화여대 여성학과 등이 함께 마련한 경제 인류학 콜로키움의 여섯 번째 순서다.

수강생도 갓 입학한 신입생부터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인 대학원생, 퇴임 뒤 독서로 소일하는 백발 성성한 명예교수까지 다양했다. 10대 후반에서 70대 중반까지의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르는 이들의 관심사는 하나다. “자본주의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양승두(74) 연세대 명예교수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고, 글 쓰는 데도 도움을 얻을 겸 오랜만에 학교를 찾았다”고 말했다. 연세대 졸업생 조석인(27)씨는 “서두른다고 원하는 일자리가 생기는 것도 아니지 않냐”며 “이 기회에 경제와 사회가 어떻게 변해가는지에 대해 장기적 안목과 깊이있는 지식을 얻고 싶다”고 했다.

이런 진지함에 장 교수의 강의는 예정된 8시를 훌쩍 넘겨서까지 진행됐고, 장 교수의 셔츠는 땀으로 흥건해졌다. 저발전의 원인을 게으름이나 문화의 비합리성에서 찾는 서구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하나하나 논박해가는 그의 강의에 수강생들은 열띤 질문 공세로 화답했다. 자신을 “세계경제 위기를 몸으로 체험하는 졸업반 학생”이라 소개한 한 여학생은 “한국 경제가 언제쯤 회생할 것으로 보느냐”고 장 교수에게 물었고, 지방의 국립대를 졸업했다는 30대 남성은 “100군데도 넘는 곳에 원서를 냈지만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며 강연을 들으러 온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에게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졸업을 앞둔 4학년생은 “대기업 취업설명회장 같다”고 했고, 한 ‘386’ 교직원은 1980년대 시국토론장 같다고 했다.

콜로키움의 성공에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쪽은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우석훈 강사는 “열기가 삼성그룹 취업설명회 이상”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 확산되는 자본주의 학습열 이런 ‘자본주의 학습열’은 대학 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참여연대가 매주 월요일 저녁 통인동 사무실에서 열고 있는 경제 교실에는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인 83명이 수강 신청을 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가 ‘재벌·금융·조세정책과 내 일자리의 관계’라는 주제로 강연한 6일에는 100여명이 자리를 지켰다.


수강생은 30~40대 직장인이 가장 많다. 나머지는 대학생, 취업준비생, 주부들이다. 명광복 팀장은 “경제가 어려워 수강생이 줄어들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늘어나 놀랐다”며 “50석 규모인 강당의 자리 배치를 완전히 새로 했다”고 전했다. 민간연구소나 공부모임이 운영하는 자본주의 세미나 역시 활기를 띠고 있다. 노동사회과학연구소와 세미나네트워크 새움 등이 운영하는 <자본론> 강독은 20~40여명이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출판시장 역시 ‘자본주의 열공’ 분위기를 실감케 한다. <나쁜 사마리아인> <사다리 걷어차기> 같은 장하준 교수의 책은 수 개월째 사회과학분야 베스트셀러 목록의 상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세계 경제위기를 다룬 <뉴레프트리뷰> 한국판이 출간 보름만에 1쇄 2000부가 다 팔리는가 하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처럼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춘 자본주의 분석서의 출간도 줄을 잇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교실에서 강연하는 장상환 경상대 교수는 최근의 학습열기를 “1997년 외환위기 직후와 비슷하다”며 “너무나 많은 변화들이 짧은 시기에 닥쳐 혼란의 강도가 크다 보니 사람들이 자본주의나 시장경제 같은 근본적 주제들에 관심을 갖게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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