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다이어트 통한 자전거도로 현황과 계획
지자체마다 차로 줄여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
지난 8일 저녁 대전의 신시가인 유성네거리에서 자전거는 차보다 더 빨랐다. 퇴근길 차들은 교통신호에 꼬리를 물고 서서 거북이 운행을 하는 반면 아드리아호텔 쪽에서 자전거 전용도로를 달리는 자전거 이용자들은 거침없이 달렸다. 지난해 12월28일 개통된 이 전용도로는 지하철 유성역~충남대 사이 1㎞ 도로에서 차로 폭을 3.5m에서 3m로 줄이는 이른바 ‘차로 다이어트’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이렇게 차로를 줄여 자전거 전용도로를 놓으려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환경과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고 경제난이 장기화하면서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유성역 부근 외에도 이달 말에 대덕대로의 5.8㎞ 구간에서 도로를 줄여 자전거도로를 만든다. 올해 연말까지는 대학로, 계룡로, 가정로 등 6개 도로에서 33.7㎞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보한다. 대전시는 ‘자전거 도시’를 목표로 앞으로 너비 25m 이상 도로에는 모두 차로 다이어트를 통해 자전거 전용도로를 놓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15년에는 자전거 교통분담률을 10%까지 높인다는 목표다. 전용도로를 설치한 도로는 차량 속도를 시속 80㎞에서 60㎞로 줄이고, 차가 넘어오지 않도록 화단이나 경계석을 두어 사고 위험을 줄이기로 했다.
인천시도 인천역~남동소래포구 10㎞를 시작으로 올해 시청, 연수, 남동 등 3개 권역에서 81㎞, 내년 말까지 모두 153㎞에서 차로를 줄여 도로 양쪽에 너비 2~3m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한다. 이 전용도로는 간선도로와 아파트 단지를 잇는 생활형으로 설계됐으며, 안전을 위해 차도와의 사이에는 화단 경계석을 설치한다.
부산시는 이달부터 부산교대~사직동, 해운대~해송초, 교대역~서면 등 6개 구간 16.5㎞에서 차로 다이어트를 통한 자전거 전용도로 건설에 나선다. 2013년까지 부산에는 바닷가를 잇는 335㎞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놓을 예정이다. 춘천시도 24일부터 공지천 에티오피아기념탑~춘천고~춘천시청광장 구간에 너비 1.5m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해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전의찬 세종대 교수(지구환경과학과)는 “환경 훼손의 위험성이 있는 바다나 강가보다는 기존 도로의 규모를 줄여서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것이 자전거 이용자나 보행자, 전체 환경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송인걸 김영환 차한필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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