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모 못찾거나 동의 안하면 입양 못해
법개선 심포지엄 “국가가 판단개입 필요”
법개선 심포지엄 “국가가 판단개입 필요”
“성이 다르다고 아이들이 놀려, 양부모님께 성씨를 바꿔 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친권 때문에 안 된다’고 들었어요. 날마다 술에 취해 저희 형제를 때렸던 친아버지와 연락이 되질 않아, 친권 이양에 대한 동의를 받을 수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9살 때 지금의 양부모한테 입양된 ㅈ(19)씨는 “자식에게 부모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친권을 고집하는 건 권리 남용”이라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13일 서울 여의도 가정법률상담소 강당에서 연 ‘입양 관련 법과 제도 개선 심포지엄’에서, 친양자 및 양자로 입양하려면 반드시 친부모 동의를 얻도록 한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짚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친양자 입양법’은 15살 미만 입양자녀의 경우, 양부모가 친부모 동의를 받아 친아들·딸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친양자’로 입양되면 친부모와의 친족·상속 관계는 종료되고, 양부모와 친족 관계가 새로 형성된다. 성씨도 다른 친자식처럼 양부모 성으로 바꿀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양육 의무도 제대로 지지 않는 친부모가 입양 동의를 거부해 피해를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김상용 중앙대 법대 교수는 이날 심포지엄에서 “장기간 부모의 책임과 의무를 고의적으로 이행하지 않은 부모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입양에 반대할 때는, 법원이 직접 ‘부모의 동의’에 준하는 심판을 내리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자녀를 둔 어머니가 재혼해 새아버지가 이 아이를 입양하려고 할 때, 친아버지가 고의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고 연락을 피하면서 입양을 거부하는 것은 ‘권리 남용’이라는 것이다.
친양자 입양뿐 아니라 ‘일반 입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부모가 마약이나 알코올중독 등으로 자녀를 제대로 키울 수 없다면 입양이 성사되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며 “독일에서는 전체 입양의 7% 정도가 부모 동의를 대신해 법원 심판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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