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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체복무제 기다리다 지쳐 감옥으로…

등록 2009-05-14 18:46수정 2009-05-1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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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집총거부 수감 인원 크게 늘어
“국방부 무기한 연기 발표 뒤 항소 포기”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출신의 김진섭(33·왼쪽 사진)씨는 총 들기를 마다했을 뿐, 병역의무를 거부한 적이 없다. ‘석사전문연구요원’으로 2003년부터 3년 가까이 정보통신업체에서 일했다. 그런데 그는 종교적 이유로 4주간의 군사훈련을 거부했고,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출신의 김진섭(33·왼쪽 사진)씨는 총 들기를 마다했을 뿐, 병역의무를 거부한 적이 없다. ‘석사전문연구요원’으로 2003년부터 3년 가까이 정보통신업체에서 일했다. 그런데 그는 종교적 이유로 4주간의 군사훈련을 거부했고, 2007년 1월 불구속 기소돼 이제껏 재판을 받아 왔다.

‘세계 병역거부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김씨는 “7년 동안 ‘국방의 의무’를 다할 날을 기다려 왔지만, 이제 어려울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국제평화단체 ‘전쟁저항자인터내셔널’(WRI: War Resisters’ International)은 1981년부터 해마다 5월15일을 세계 병역거부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지난해 국방부가 대체복무제 도입 약속을 사실상 뒤집으면서, 상황을 지켜보며 입영을 연기해 왔던 이들이 대거 감옥으로 향하고 있다. 김씨의 경우, 4주 훈련을 거부한 것 때문에 정보통신업체에서 일한 3년이 의미가 없어지며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현재 2심을 진행중인 그는 이대로라면 형이 최종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더 오래 복무해도 좋으니 총을 들지 않고 나라를 지키는 길을 열어 달라는 사람들을 감옥으로 보내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될까요? 석사전문연구요원이나 산업기능요원을 뽑는 발상에서 한 발짝만 더 나아가면 되는데 ….”

앞서 국방부는 2007년 9월 “2009년 초부터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이 36개월 동안 한센병원이나 결핵병원 등에서 근무하면 병역 이행으로 간주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 말을 바꿨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대체복무제 도입은 시기상조로, 최종 결정은 무기한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호와의 증인’ 한국지부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집총 거부로 교도소에 수감된 인원이 379명이었다가 올해 3월 말 현재 458명으로 80명 가까이 늘었다.

이는 대체복무제 논의가 한창이던 2006년 이후 ‘양심적 집총·입영 거부자’(이하 거부자)의 수가 계속해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국방부가 파악한 거부자의 수는 2005년 828명, 2006년 781명이었으나, 대체복무제 도입안이 발표된 2007년에는 571명으로 줄었고 2008년에는 375명에 불과했다. 도입 약속을 믿고 입영을 연기해 온 사람들이 늘어났던 까닭으로 추정된다.

2년 남짓 대체복무제 도입을 기다리다 지난해 11월 수감된 김지관(30)씨의 아버지 김세정(61·오른쪽 사진)씨는 “국방부의 무기한 연기 방침이 발표된 뒤 실형을 선고받아도 항소를 포기하는 분위기”라며 “항소중이거나 입영 연기를 해 왔던 젊은이 등 500여명이 조만간 한꺼번에 수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주목할 국가’를 선정해 발표하는 ‘전쟁저항자인터내셔널’은 올해 한국을 주목할 국가로 꼽았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이후 대체복무제 도입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징병제를 채택한 83개국 가운데 31개 나라가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있고, 대체복무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도 대만, 독일 등 20개국에 이른다고 전쟁저항자인터내셔널 쪽은 전했다.

글·사진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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