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 영화자막 ‘눈길 잡고’
여행사기 기승 ‘발길 돌려’
여행사기 기승 ‘발길 돌려’
엔화 고평가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면서, 한류 관광을 둘러싼 다양한 풍속도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 영화와 한류 스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극장에 ‘일본어 자막’이 등장하는가 하면, 반대편에선 ‘가짜 한류여행 상품’이 판을 쳐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일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명동과 부산 일대에 극장을 두고 있는 롯데시네마는 최근 우리 영화 <7급 공무원>에 일본어, 영어 자막을 넣어 상영하고 있다. 일본어 자막을 넣은 영화를 국내 주요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아무개(30)씨는 “얼마 전 명동에서 영화를 보는데 갑자기 일본어 자막이 올라와 깜짝 놀랐다”며 “처음엔 불편했지만 재밌기도 했다”고 말했다.
임성규 롯데시네마 홍보팀 과장은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지난달 말부터 자막을 넣기 시작했다”며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저녁 7시~8시께 하루 1회씩 상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한류 스타 관광상품을 기획해 바가지를 씌우는 ‘여행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달 들어 서울 명동에 커피숍을 연 탤런트 권상우씨는 지난 2일 팬카페에 직접 글을 올려 “가짜 여행상품에 주의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가짜 여행상품’이란 무료이거나 누구나 참여 가능한 이벤트 행사를 마치 여행 패키지인 것처럼 속여 비싸게 파는 것을 말한다. 최근 인기 배우 조인성씨가 출연한 영화의 무대인사 일정을 파악한 한 여행사는 8000원짜리 영화표를 예매해 둔 뒤 1만8000엔(23만여원)에 팔아 문제가 되기도 했다.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영화 포스터 등도 패키지 상품으로 둔갑해 홍보된다. 이 때문에 일부 한류 스타들은 아예 무대인사 일정을 비밀에 부치기도 한다. 한 영화홍보대행사 관계자는 “가짜 상품을 믿고 왔다가 입장하지 못하는 등 불편을 겪게 되면 한류 스타의 이미지까지 망가질 수 있어 문제가 많다”고 전했다.
22일 한국관광공사 자료를 보면, 올 1~3월의 외국인 입국자 수는 199만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3% 증가했다. 특히 일본에서 입국한 사람들은 53만4000여명에서 85만9000여명으로 60% 이상 늘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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