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집행부 체포영장 왜 주춤한가했더니…
경찰이 지난 16일 대전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와 관련해 화물연대 집행부의 체포영장을 신청한다고 밝힌 지 사흘이 흐른 22일까지도 체포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무리하게 체포부터 하려 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대전경찰청은 특수고용직인 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의 복직 등을 촉구하다 경찰과 물리적 충돌 사태를 빚은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불법·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특수 공무집행방해 치상 등)로 전국운수산업노조의 김종인 위원장과 김달식 화물연대 본부장 등 7명의 체포영장을 신청한다고 19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경찰은 22일까지도 법원에 체포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체포영장을 신청하려고 검찰로 가던 도중 ‘내용을 보강하라’는 지시를 받고 되돌아왔다”며 “채증한 영상을 분석해 이들이 시위가 격화되도록 구실을 했는지, 실제 폭력을 행사했는지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혐의를 제대로 확인하기 앞서 체포영장부터 발부받으려 한 것이다.
실제로 화물연대 집행부는 전국노동자대회 당시 참가자들이 대한통운 물류센터까지 진출한 뒤 ‘집회 종료’를 선언해 충돌이 더 발생하지 않도록 조처했다. 앞서 9일 열린 추모집회에서도 평화적으로 집회를 마치려던 집행부가 일부 노조원들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해 ‘불법 시위를 주도했다’는 경찰 주장이 무리라는 지적이 일었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한 32명 가운데 12명이 기각되고, 20일 화물연대 서울본부와 대전·광주지부 등 3곳에 대한 압수수색에서도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가 나오지 않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집행부의 체포영장마저 기각되면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1인 시위자에게서도 시위용품을 빼앗는 등 과잉 대처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사고 있다. 경찰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비정규직법을 반대하는 1인시위를 벌이던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비정규투쟁본부 조합원의 시위용품과 현수막을 압수했다. 박점규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부장은 “1인시위를 마치고 차량에서 쉬던 조합원을 경찰 30여명이 둘러싸더니, 퍼포먼스용으로 쓴 ‘스티로폼 목칼’을 빼앗아갔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임성규 위원장 등 지도부 6명에 대한 경찰의 출석 요구를 거부할 방침이다. 이승철 민주노총 대변인은 “무작정 지도부를 범법자로 간주하고, 나오지 않으면 체포하겠다는 건 적반하장”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23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등 전국 15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박종태 열사 정신 계승과 경찰 폭력 규탄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지역마다 500~1000여명씩, 전국에서 1만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민주노총은 예상했다. 이승철 대변인은 “대전에 낸 집회 신고에 대해 경찰이 불허를 통보했다”며 “경찰이 자극하지 않는 한 평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회가 불허된 민주노총 대전본부의 김성학 교육부장은 “대전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에 항의하고, 집회 불허 통보에는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송인걸 기자, 남종영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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