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지 발표전 건설사 끼고 창신·숭의지구 5채 매입
친인척 2명도 수십억 근저당…남편 “모르는 내용”
친인척 2명도 수십억 근저당…남편 “모르는 내용”
서울시 뉴타운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6급 공무원의 부인이 한 건설사와 함께 ‘3차 뉴타운 개발 후보지’ 발표 전 해당 지역의 토지와 건물을 집중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투자 규모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이들이 매입 과정에서 은행과 개인한테서 빌린 돈만 158억원이나 됐다. 남편인 공무원은 “아내가 자금 압박 때문에 돈을 조금 빌렸다는 것 외에는 모르는 내용”이라며 ‘개발 정보 사전 누출’ 의혹을 부인했다.
25일 <한겨레> 취재 결과, 서울시 중구에 있는 한 법무사의 사무장인 ㅇ(45·여)씨는 ㅂ종합개발건설사와 함께 2003년 여름부터 1년6개월여에 걸쳐 서울시 종로구 ‘창신·숭의 지구’의 건물 5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이 기간은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3차 뉴타운 개발 후보지 선정’과 관련한 언급을 잇달아 내놓던 시기였다.
ㅇ씨는 2003년 7월 창신동에 지상 5층짜리 상가건물 한 채를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매입했으며, ㅂ사는 2004년 9월부터 2005년 1월 사이 4채를 잇달아 사들였다. ㅇ씨는 ㅂ사가 사들인 건물과 관련해 수억원대의 채무·채권 관계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특히 이날 현재 ㅇ씨의 등기부등본 주소와 ㅂ사의 법인등기상 주소는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번지’로 동일하다. 또 ㅂ사 소유의 건물 4채 가운데 3채에는 ㅇ씨의 남편인 공무원 ㅎ씨의 형 등 친인척 2명의 이름으로 35억원에 이르는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
ㅇ씨와 ㅂ사가 건물 매입을 마친 2005년 1월부터 7개월이 지난 뒤 서울시는 이 지역을 뉴타운 개발 3차 후보지 11곳 가운데 하나로 선정해 발표했다. 이후 이 지역은 지하철 9호선 개통까지 예정되면서 부동산값이 급격히 뛰었다. ㅇ씨는 이에 대해 “내가 ㅂ사 쪽에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섰지만, 뉴타운으로 지정되기 전 ‘좋아질 것 같다’고 예상해서 산 것일 뿐 한 점 부끄러운 게 없다”며 “훨씬 더 많은 돈을 투자한 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ㅇ씨의 남편 ㅎ씨는 3차 뉴타운 후보지 발표 다섯 달 전인 2005년 4월 서울시 균형발전본부 뉴타운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그 전에는 서울 강북지역의 구청 주택과에서 오랜 기간 근무해온 만큼 부인의 ‘족집게식 건물 매입’에 일정한 구실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그는 지난해 4월 서울시의회 사무처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창신·숭인동 뉴타운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쪽은 “창신지구는 예정 용적률이 1000%에 이르러서 천문학적 수익이 예상되는 곳”이라며 “ㅎ씨가 아내뿐 아니라 친인척 등 특정인에게 투자 혜택을 주려고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ㅎ씨는 “뉴타운 얘기가 나오기 전부터 아내가 그쪽에 건물을 갖고 임대사업을 했다”며 “나는 평생 공무원 생활만 열심히 했고, 아내가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3차 뉴타운 개발 후보지 11곳 가운데 10곳은 이미 재개발사업이 시작됐으며, 창신·숭의 지구도 주민 공청회까지 마친 상태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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