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이틀 앞둔 27일 밤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 앞에서 열린 ‘시민추모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손에 촛불을 든 채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정부, 사용불허 방침 고수
시립미술관 옆에서 진행
경찰, 설비차량 한때 막아
시립미술관 옆에서 진행
경찰, 설비차량 한때 막아
[하니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한 첫 ‘시민 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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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앞 광장은 결국 열리지 않았다. 27일 저녁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한 첫 ‘시민추모제’는 광장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서울시립미술관 앞 정동로터리에서 열렸다.
‘기억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시민추모제는 저녁 7시20분께부터 약 3시간 동안 열렸다. 추모제에는 시민 4천여명(경찰 추산)이 촛불을 밝힌 채 참여했다. 행사 장소는 덕수궁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에서 돌담길을 따라 300m 정도 떨어진 곳으로, 공간이 좁아 시민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행사는 불교,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등 4개 종단과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4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시민추모위원회’가 마련했다.
시민추모위원회는 애초 추모제를 서울광장에서 열려 했으나,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불허해 정동로터리 쪽으로 옮겨 진행됐다. 또 경찰이 행사 진행을 위한 설비 차량의 진입을 막는 바람에 행사 시작이 예정보다 20여분 늦어지기도 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지 않았다”며 차량 진입을 가로막았고, 시민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45여분 뒤에야 길을 열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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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에서 발언자로 나선 정진우 목사는 “부활이란 게 죽은 사람이 실제로 살아난다는 게 아니다. 그는 결코 죽지 않았다. 역사 속에서 살아났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사진과 육성이 담긴 추모 영상이 20분 남짓 상영되자, 곳곳에서 시민들의 흐느낌이 흘러나왔다.
이어 주부 정미경씨, 대학생 최초로씨, 유지나 동국대 교수, 이석태 변호사 등의 추모사가 이어졌다. 백무산 시인은 ‘우리가 당신을 버렸습니다’라는 제목의 추모시를 낭독했으며,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타는 목마름으로’ 등을 부르는 부분에서 추모제는 절정을 이뤘다. 행사는 민속춤 연구가 이삼헌씨의 진혼굿으로 이어져갔다. 상당수 시민들은 추모제가 끝난 뒤에도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대형 텔레비전으로 노 전 대통령 추모 영상을 밤늦게까지 지켜봤다.
시민추모제가 진행되는 사이에도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은 이어졌다. 추모 행렬은 대한문을 중심으로 두 갈래로 뻗어나갔는데, 정동 돌담길 쪽은 1㎞ 이상 이어졌다. 이날 밤 10시까지 대한문 시민분향소에만 시민 1만7천여명이 다녀갔다.
시민들은 이날도 분향소 주위에서 다채로운 방식으로 노 전 대통령을 애도했다. 특히 새만화책출판사 소속 만화가들은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웃던 모습을 가로 4m, 세로 3.5m짜리 대형 유화 걸개그림으로 그려 내걸었다. 만화가 박건웅(37)씨는 “마지막 가시는 길을 화사하고 아름답게 그려드리고 싶어 노랑, 빨강 등 밝은 색을 골랐다”고 말했다.
홍석재 김민경 송채경화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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