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삼성 편법승계 ‘면죄부’]
지배구조 개선 최종 결정권
이건희 ‘막후경영’굳어질듯
지배구조 개선 최종 결정권
이건희 ‘막후경영’굳어질듯
“회장님이 다시 재판정에 서게 됐으니….”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29일 “골치 아프게 됐다”고 말했다. 10년 가까이 삼성 스스로 “족쇄”라고 표현해 왔던 경영권 승계의 핵심 에버랜드 사건이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삼성이 공개적인 발언을 자제하는 건, 바로 이건희 전 회장과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장(현 고문) 등이 다시 재판정에 서게 됐기 때문이다. 사장단회의가 최고협의기구가 됐지만, 아직도 두 사람의 그룹내 영향력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적어도 끊임없이 복귀설이 흘러나왔던 이 전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는 이번 판결로 사실상 힘들어졌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고문도 마찬가지다. 다만 경영권 승계 작업이 진행되면서 이 전 회장이나 이 전 실장이 일정 정도 막후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은 높다.
삼성은 지난해 ‘4·22 경영쇄신안’에서 약속한 지배구조 개선 검토 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은 세 자녀로의 계열 분리 및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진행될 것이라는 게 그룹 안팎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는 사장단회의에서 결정할 성격의 사안이 아니다. 결국 이 전 회장이 결정할 수밖에 없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그래도 에버랜드가 무죄라는 게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며 “에스디에스 건은 이미 과세가 됐고 과세처분 취소 항소심도 취하한데다 2006년 2·8 조치 때 이를 포함해 8000억원을 사회환원한 상태”라며 에버랜드 무죄의 의미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올해 초 대폭적인 인사와 조직 개편이 있었던데다 재판이 남게 됨에 따라, 올해 안엔 큰 변화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분석이 많다. 삼성 쪽은 또 벌금과 포탈세금 납부 뒤 ‘유익한 일’에 쓰기로 했던 데 대해선 재판과 관계없이 결정되는 대로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기로 했다.
경영 체제와 관련해서는 사장단 회의를 1년 가까이 운영하며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몇해 동안 추진한 신수종사업 발굴이 지지부진하고 삼성전자 같은 주력 계열사가 ‘정체’ 상태에 있다는 게 삼성 안팎의 평가다. 전자의 한 직원은 “조직 개편과 자율 복장·탄력 근무 등 변화가 많은 것 같지만 근본적인 건 아니다”라며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지금 삼성에 필요하다고 느끼는 젊은 직원들이 적잖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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