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이사장(왼쪽)과 김희진 사무국장이 2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09 국제앰네스티 연례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한 앰네스티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책이 연례보고서이며, 한국의 인권상황을 기록한 부분이 펼쳐져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인권 단체인 국제앰네스티가 2일 세계 150여개국의 인권 연례보고서를 내면서, 한국에 대해 “한국의 경기침체가 인권침해 상황을 악화시켰고, 인권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새로운 문제를 야기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국제앰네스티는 2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경제의 몰락, 사라진 인권’이란 주제로 연 2008년치 연례보고를 통해 “(지난해) 한국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평화롭게 시위하던 사람들을 해산하는 과정에서 진압경찰이 과도한 무력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앰네스티는 보고서에서 “(촛불 시위 당시) 일부 경찰이 방패와 곤봉으로 시위자들을 구타하고, 가까운 거리에서 물대포를 발사하고, 구금 중인 시위자들의 의료 조처를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또, 앰네스티는 시위자들이 △골절 △뇌진탕 △일시적 시력 상실 △고막 파열 등의 부상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 연례보고서’는 세계 150개 나라의 인권 현황을 조사해 그 결과를 발표하는 것으로,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인권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도 앰네스티는 “많은 비정규직 이주노동자들이 지난해 한국에서 강제출국됐고, 체포과정에서 잔혹하고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한국 정부가 2012년까지 22만명의 비정규직 이주노동자를 출국시킨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도 앰네스티는 “2008년은 국가보안법이 도입된 지 60년이 되는 해이지만, 모호한 조항들로 인해 최소 9명이 구금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아이린 칸 앰네스티 사무총장은 미리 녹화된 동영상을 통해 “정부가 경제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중대한 인권문제가 있었던 과거로 돌아가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며 “인권 문제가 경제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앰네스티는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세계식량계획(WFP)의 자료를 근거로 “북한 주민 수백만명이 지난 10년간 전대미문의 굶주림을 겪었으며, 여성·어린이·노인이 가장 힘겨워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북쪽은 남쪽과의 관계 경색으로 남쪽에 쌀과 비료의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앰네스티는 지적했다. 앰네스티는 또 “북한 정부가 독립적인 인권감시요원들의 입국을 거부했다”며 “유엔 총회가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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