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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불평등 해결 안될땐 파시즘 문 열릴수도

등록 2009-06-04 20:11

한경구 서울대 교수가 3일 저녁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에서 6월포럼이 주최하고 <한겨레>가 후원한 연속토론회에서 “문화분야 지금까지 10년 앞으로의 10년”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A href="mailto:khan@hani.co.kr">khan@hani.co.kr</A>
한경구 서울대 교수가 3일 저녁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에서 6월포럼이 주최하고 <한겨레>가 후원한 연속토론회에서 “문화분야 지금까지 10년 앞으로의 10년”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지난 10년 앞으로 10년] 6월 포럼 ② 문화
실업·양극화→연대감 상실→과격 민족주의 도래
“거대 담론, 미시적·문화적 실천과 결합을” 지적

“2020년, 사회문화적 불안이 확산되면서 현실도피와 민주주의 회의론이 등장할 수 있다.”

<한겨레>가 후원하는 6월포럼 연속토론회의 두번째(문화·예술분야) 발표자로 나선 한경구 서울대 교수는 “지금과 같은 사회문화적 불평등이 지속된다면 10년 뒤엔 좌절과 포기심리가 확산되면서 현실도피적이거나 민주적 가치를 부정하는 파괴적 흐름이 형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업과 양극화, 문화적 부동성(浮動性)의 증대에 직면한 대중의 일부가 제도정치를 부정하고 국가·민족에 대한 동일시를 통해 불안을 우회하려할 경우, 파시즘으로 가는 출구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의 불안을 가져오는 핵심 요인으로 한 교수가 꼽은 것은 복지시스템 붕괴와 중간집단의 해체에 따른 사회적 위험의 개인화다. 한 교수는 “인구변화와 재정난으로 복지국가의 실패가 예상되는 가운데, 과거 사회안전망 구실을 하던 가족·회사·지역사회의 기능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며 “이는 결국 사회적 위험을 고스란히 개인에게 부담지움으로써 막연한 불안감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급속하게 확산되는 노마디즘(유목주의) 역시 또 다른 불안 요인이다. 한 교수는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부동하는 노마디즘의 경향은 이미 한국사회의 현실이 됐다”며 “가족·장소·직장과의 연대감 상실로 불안을 느끼는 다수의 한국인들이 종교단체와 동호회 등에 의지하고 있지만, 상당수는 편협한 민족주의로 경사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런 미래의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한 교수가 제시한 처방은 내적 다양성의 인정과 문화의 민주화다. 한 교수는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이해와 우정, 분업과 협력의 전제조건”이라며 “이를 토대로 오해와 불신에서 비롯되는 갈등을 치유하고,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문화적 구속과 모순을 인식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사회 구성원의 잠재력을 해방하고 이것이 총체적인 삶의 풍요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문화적 정의와 문화복지를 조속히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본적 문화 인프라의 확보와 문화의 생산·소비 과정에 존재하는 계층·지역·성·세대간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펼친 문화정책에 대해선 “일반적·추상적 수준에선 문화정책의 목표가 대단히 진보적으로 바뀌었으나 구체적인 정책수단은 여전히 고도성장시대의 산업정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이명박 정부와 관련해선 “문화계 좌파를 척결한다는 명분으로 권력 주변에 포진한 사람들이 개인적·집단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혜경 여성문화예술기획 이사장은 지난 정부 시절 문화정책 입안과 실행에 참여했던 비판적 지식인들의 성찰을 촉구했다. 이 이사장은 “문화를 지나치게 경제·산업논리로 접근함으로써, 시민 스스로 문화생산의 주체가 되는 문화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렸다”고 아쉬워했다. 임옥상 화백은 한 교수의 진단과 처방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사회문화적 위기가 어디서 연유했는지, 그 본질로 육박해야 한다”며 “신자유주의와 분단체제 극복이라는 거대담론적 문제의식을 미시적인 문화적 실천과 결합시키려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과거10년, 미래10년의 정치’를 주제로 펼쳐지는 3차토론회는 10일 저녁 7시 정동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가 발표한다.(02)2011-4342.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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