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정부 주최로 열린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가한 박형규 목사(맨 앞), 정세균 민주당 대표(맨 오른쪽 선 이), 이달곤 행정안정부 장관(왼쪽 끝) 등이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이 대통령 “집단 이기주의가 민주주의 왜곡”
함세웅신부 “민주주의 기반 허물어” 정부 비판
함세웅신부 “민주주의 기반 허물어” 정부 비판
제22돌 6·10 민주항쟁 기념식이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행정안전부와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의 공동 주최로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확고하게 뿌리내렸지만, 폭력을 앞세운 이념과 집단 이기주의가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있다”며 야당과 시민단체의 이날 서울광장 집회를 에둘러 비판했다. 반면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이사장인 함세웅 신부는 6·10 민주항쟁과 관련해 “이 기념식을 넘어 서울광장에서 전국 곳곳에서 펼쳐야 할 민족·민주주의 문화 축제의 장이 돼야 한다”며 “정부와 당국은 이를 깨닫고 보장해야 한다”고 정부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은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독한 기념사에서 “6·10 민주항쟁은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계승 발전한 것”이라며 “6·10 민주항쟁 2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누구도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확고하게 뿌리내렸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하지만 민주주의가 열어놓은 정치공간에 실용보다 이념, 그리고 집단 이기주의가 앞서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고 법을 어기고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도 우리가 애써 이룩한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광장 집회 등 최근의 각종 시민·사회단체 집회를 집단 이기주의, 불법 폭력 행사로 규정하며, 정부의 강경 대처를 에둘러 옹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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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어 등단한 함 신부는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인권과 민주주의의 기반인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허물어지고 언론의 자유는 위축됐다”고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함 신부는 “삼성과 촛불 재판에서 확인하듯 사법부는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고, 정의에 기초하지 않은 검찰은 국민의 조롱을 받고,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은 오히려 시민들에게 폭력의 몽둥이가 되고 있는 서글픈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함 신부는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문 행렬에서, 연이은 교수들의 시국선언에서, 세상살이에 지친 국민들의 모습에서 6·10 민주항쟁의 현실적 의미와 교훈을 확인한다”며 “우리의 호소가 있는 그대로 대통령께 전달되기를 바라며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등 정치권 인사가 참석했으나,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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