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검찰 중수부 소속 검사들은 봉은사 출입을 삼가 주십시오”라고 쓰인 펼침막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한불교 조계종 봉은사 정문 옆에 걸려 있어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봉은사 앞에 ‘중수부 검사’ 향한 경고성 펼침막
“검찰의 잘못이 무엇인지 알리기 위해 준비”
“검찰의 잘못이 무엇인지 알리기 위해 준비”
“대한민국 검찰 중수부 검사들은 봉은사 출입을 삼가주십시오.”
지난 13일부터 서울시 삼성동에 있는 대한불교 조계종 봉은사 앞에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중수부) 소속 검사들을 향한 ‘경고성’ 대형 펼침막이 나붙었다.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7월10일)를 안내하는 이 펼침막 상단에는 중수부 검사들의 ‘출입금지’를 알리는 내용이 함께 적혔다. 봉은사 쪽은 “대검 중수부는 12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사과 한마디 내놓지 않았고, 오히려 고인을 욕보였다”며 “봉은사 신도와 시민들을 상대로 검찰의 잘못이 무엇인지 알리기 위해 펼침막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봉은사는 권양숙씨와 두 자녀 건호·정연씨가 1980년대부터 20여년간 다녔던 사찰이며, 노 전 대통령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난해 2월22일 권씨가 청와대 생활을 정리하면서 마지막 새벽예불을 올린 곳이기도 하다. 지난달 29일에는 봉은사 주지인 명진 스님이 권 여사의 간곡한 부탁에 2006년 12월5일 시작한 ‘1000일 기도’ 서원을 907일만에 깨고, 노 전 대통령의 경복궁 영결식을 진행해 세간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봉은사 쪽은 당분간 이 펼침막을 계속 걸어둔다는 방침이다. 훼손될 경우를 대비해 ‘예비용’도 추가로 제작해놓은 상태다. 황찬익 봉은사 종무실장은 “중수부 검사는 옛날로 따지면 왕명을 받들어 죄인 잡던 의금부도사격인데, 이들의 수사결과에 시민들이 억울하고 답답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이들의 잘못된 수사 방식과 결과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이에 항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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