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세청장에 내정된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로 공정거래위 청사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차에 오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편파 징세’ 성찰없이 조직개편 치중땐 신뢰회복 난망
주요 핵심보직 인사 ‘정권 입김’ 막아야 개혁 디딤돌
주요 핵심보직 인사 ‘정권 입김’ 막아야 개혁 디딤돌
서현수 대구청장 등 3명 명퇴 이명박 대통령 측근 인사인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이 전격적으로 국세청장에 내정됨에 따라, 백 내정자가 정식 취임 후 대규모 후속 인사와 더불어 국세청 조직을 대수술하는 작업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첫 출발점이 정권의 이해관계에 휘둘려 세무행정을 펼친 데 있다는 점에서, 단지 ‘깨끗한’ 외부 출신의 청장 중심으로 형식적인 조직 개편과 내부 추스르기에 무게가 실릴 경우 자칫 진정한 개혁과는 거리가 멀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일단 백 내정자 개인의 역량을 두고서는 국세청 안팎에서도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가 많다. 지금까지 공정위원장으로서 별다른 잡음 없이 조직을 이끌어온데다,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를 내세운 정부 아래서도 나름대로 균형 잡힌 행보를 보여왔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백 내정자가 국세청장으로서 맞닥뜨려야 할 과제는 결코 녹록지 않은 편이다. 무엇보다도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 면에서 공정위와 국세청의 무게감은 큰 차이가 난다. 참여정부 시절 국세청 고위 간부를 지낸 한 인사는 “규모도 월등하게 큰데다 무엇보다 정무적 판단의 중요성이 큰 국세청을 이끌면서 기대만큼 성과를 내기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며 “조직을 일부 개편하는 작업은 그런대로 밀고 나간다고 해도, 관건은 정치권의 영향력으로부터 국세청 조직을 얼마만큼 독립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국세청 조직의 독립성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는 한, 명분으로 내세운 ‘개혁’이 자칫 정권의 조직 장악력 강화로 되레 변질될 여지가 크다.
국세청 주요 고위직 현황
전직 국세청 출신의 한 인사는 “국세청이 진정한 개혁으로 방향을 잡을 것인지는 주요 보직 인사를 통해 실체가 서서히 드러날 것”이라며 “정권의 조직 장악 의지가 구체화할 경우 청장은 대외 이미지 개선 등에 치중하고, 실제 집행 업무는 일부 실세 그룹 중심으로 굴러가는 ‘이원체제’의 꼴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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