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정책팀장.
진보시민단체 돈줄 죄는 정부
오광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정책팀장 인터뷰
오광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정책팀장 인터뷰
오광진(36)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정책팀장은 정부의 조직적인 ‘재정압박 작전’으로 시민사회단체들이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오 정책팀장은 “시민사회단체들은 행정 사각지대에 있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울타리 구실을 해온 측면이 크다. 그런 단체들마저 ‘이념적 적대세력’으로 보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연대회의)는 450여개 엔지오(NGO)가 참여한 연합체로, ‘엔지오를 돕는 엔지오’의 역할을 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느끼는 정부의 ‘압박’이 어느 정도인가?
“정부가 자의적으로 정한 불법폭력시위 관련단체 1842개 중엔 전북 고창의 아주 작은 단체 이름까지 들어가 있다. 사실상 자유로운 단체가 없는 셈이다. 지난달엔 ‘광우병 국민대책위원회’에 참가했던 단체 6곳이 정부 보조금을 신청했다가 모두 탈락했다. 행정소송을 제안하려고 해당 단체를 찾았는데, 모두 ‘취지엔 공감한다’면서도 꺼리는 분위기였다. 더 큰 재정적 피해를 볼까봐 겁을 먹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분위기가 이렇진 않았다. 촛불의 후폭풍이 어마어마하다.”
-정부가 시민단체의 ‘돈줄을 죄는’ 구체적인 사례로 어떤 게 있나?
“당장 후원금이 말라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운영자금을 주로 조달하는 ‘후원의 밤’ 행사에서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업 이름을 내걸고 시민사회단체 행사를 도우려 하질 않는다. 시민단체 모임을 도와줬다는 이유로 외압을 받은 경우도 있다. 강원도에서 300여명이 참가하는 ‘시민운동가대회’를 열었는데, 시설 편의를 도와준 단체에 정부기관의 전화가 걸려왔다더라. 결국 그 단체의 요청으로 행사후원단체 명단에서 이름을 빼준 일이 있다. 박원순 변호사가 최근 ‘국정원 개입설’을 폭로했는데,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시민사회 진영의 불만이 터진 것이다. 비영리 민간단체가 맡아서 해온 공익사업이 실력있는 단체 대신에 갓 출현한 보수단체로 쏠리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본다.”
-보수 정권이 출범했으니 보수 단체들이 혜택을 보는 게 당연하다는 시각도 있다.
“보수 단체들이 좀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니다. 정부가 합리적인 소통을 배제하고 ‘신 관변단체’에 가까운 쪽과만 소통하려는 게 문제다. 오랫동안 공익사업을 해온 민간단체들을 탈락시키려면, 최소한의 행정절차와 정당한 사유를 제시해야 한다. 그런 게 전혀 없다.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은 그 흔한 간담회 제안조차 우리에게 한 적이 없다. 전화 한 통도 없다. (진보 성향의) 시민사회 진영은 소통의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거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나갈 생각인가?
“정부의 이런 기조가 계속되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건 사회적 약자들이다. 나름의 경험을 축적한 시민사회 단체의 활동 위축은, 행정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의 보호막 약화로 이어질 게 뻔하다.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게 가장 답답하다. 정부가 합리성을 잃고 있다. 다른 의견을 내면 무조건 ‘적’으로 규정하는 것 같다. 이런 기조를 유지하면 저항할 수밖에 없다. 지금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시민사회 진영이 정권과 정면 대치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정부의 이런 기조가 계속되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건 사회적 약자들이다. 나름의 경험을 축적한 시민사회 단체의 활동 위축은, 행정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의 보호막 약화로 이어질 게 뻔하다.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게 가장 답답하다. 정부가 합리성을 잃고 있다. 다른 의견을 내면 무조건 ‘적’으로 규정하는 것 같다. 이런 기조를 유지하면 저항할 수밖에 없다. 지금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시민사회 진영이 정권과 정면 대치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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