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사퇴 의사를 밝힌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이 점심 무렵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ICC 회장 후보 선출 앞두고
국내 인권악화 부담 느낀듯
“크게 손상된 위상 회복되길”
국내 인권악화 부담 느낀듯
“크게 손상된 위상 회복되길”
안경환(61) 제4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안 위원장은 이날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을 내어 “임기 만료일까지 복무하는 것이 도리이겠으나, 오는 8월 요르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인권기구 포럼’(APF) 연례총회에서 ‘세계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회장 후보국과 후보자가 선출되는 사실을 감안해 조기 사퇴가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힌 뒤, 청와대에 사직서를 냈다. 2006년 10월에 취임한 안 위원장은 10월29일인 임기 만료일까지 4개월을 남겨둔 상태다.
안 위원장의 표면적인 사퇴 이유는 국제조정위 회장 후보국 선출을 2개월 앞둔 상황에서 한국이 유력한 후보국으로 꼽히는 만큼, 사실상 이 자리를 책임질 후임 위원장에게 ‘바통’을 넘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권위 안팎에선 이명박 정부 들어 위원회의 ‘정치적 독립성’이 흔들리고, 이로 인해 국제적 위상이 과거보다 떨어진 상황에서 안 위원장이 회장국 후보를 맡는 데 회의를 갖게 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국제조정위의 다음 회장국은 아시아에서 맡기로 돼 있어, 8월 아태포럼 총회에서 한국이 후보국으로 선출된다면 다음 의장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인권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데 세계인권기구의 회장국 후보가 된다는 데 부담을 느낀 듯하다”며 “정부가 (안 위원장의) 그런 속내까지 읽어줄지 모르지만, 차라리 새 사람이 준비할 시간을 주는 게 맞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안 위원장은 ‘드리는 말씀’에서 “조속히 후임자가 임명되어 국민과 정부의 지원 아래 그동안 크게 손상된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회복하고, 국제조정위원회 회장국직을 수임하여 인권 선진국의 면모를 일신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정부가 인권위 축소를 최종 확정한 지난 3월에 이미 사퇴를 결심했지만, 내부 동요를 수습한 뒤 그만두는 쪽으로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안 위원장과 가까운 법조계 한 인사는 “안 위원장이 두 달 전쯤 ‘늦어도 6월 말에 사직할 것’이라고 했다”며 “사퇴 이유는 인권위 축소 파동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안 위원장의 사표는 30일 이내에 이 대통령이 수리 여부를 결정하게 되며, 후임 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지명하게 된다.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는 최경숙 인권위 상임위원이 위원장 직무를 대행한다. 장관급인 인권위의 차기 위원장으로는 김일수 고려대 교수(법학·변호사)와 신혜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서경석 목사 부인), 이진강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김진홍 목사(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고문)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