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교수, 인권연대 10주년 기념식서 밝혀
“MB ‘통치시대’, 지배집단 비인간적이고 물질주의적
10년성과 되찾으려면 물러섬 없는 필사적 노력 필요”
“MB ‘통치시대’, 지배집단 비인간적이고 물질주의적
10년성과 되찾으려면 물러섬 없는 필사적 노력 필요”
리영희(80) 한양대 명예교수가 “지금은 인권이 존재하지 않는, 인권의 존재를 허용하지 않는 파시즘 시대의 초기에 들어섰다”며 현 정부를 강력히 성토했다.
리 교수는 1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불교역사기념관에서 열린 ‘인권연대 10주년 기념식’에서 “(지난 1년 반은) 이명박 대통령의 ‘통치시대’로서, 지배집단은 비인간적이고 오로지 물질주의적이었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를 ‘인권 제 4기’로 규정하고 “사회가 또 하나의 역사적 역전의 시기를 맞이했다. 파시즘의 시대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언제든지 우리가 정신만 늦추면 역전할 가능성을 내포한 게 인류사의 역사”라고 덧붙였다. 리 교수는 또, “현 정권은 물질을 신격화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치가 말살돼 가고 있다”면서도, “이러한 체제를 받아들인 것도 우리의 책임이고 잘못이다. 앞으로 지난 10년간 이룩했던 인권 관련 성과를 되찾기 위해 필사적이고 슬기로운, 물러섬 없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 교수는 이 자리에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이전 10년을 ‘인권 제 3기’로 규정했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시대를 합친 10년 동안이 충분하거나 완전치 않다 하더라도, 그 전 수십여년 동안의 상태에 비한다면 (인권 문제가) 놀랄 만큼 향상되고 발전하고 훌륭한 열매로서 성숙했던 인권의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리 교수는 “긴 역사의 인권투쟁 동안 희생과 눈물과 슬픔과 그것을 견뎌온 노력으로 ‘제 3세대’라고 할 수 있는 일정한 열매를 거뒀다”며 “비로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사람들이 인간이 된 것은 지난 10년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리 교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재임한 12년간(‘인권 1기’)에 대해서는 “(국민) 개인의 지식, 의식, 감각 속에 인권이라는 범주의 사상이 없었다. 권리적 측면에서 우리는 인간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이 집권했던 이후 30여년간은 (최소한의 인권조차) 완전히 말살됐다”며 “현대적인 인권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인간이 아니었다. 동물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리 교수는 “인권은 불가침의 권리이면서도 우리가 쟁취해야 하는 권리이기도 하다. 새로운 현실적 상황 변화 속에 불굴의 인권정신으로 싸워줄 것으로 믿는다”며 말을 맺었다.
한편,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에 따라 국내·외 인권현실 개선을 목표로 1999년 7월2일 출범한 인권시민실천연대(인권연대)는 이날로 꼭 창립 10년째를 맞았다. 인권연대는 창립 첫해 북파공작원 7726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것을 시작으로 △경찰관 인권교육 △여성피의자 알몸수사 문제제기 △구치소 사망사건 근절과 재소자 진료권 확보 △강제전역 피우진 중령 지원 △용산참사 피해자 지원 등의 활동을 펼쳐왔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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