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간 짧고 가맹점 재래시장·식당에 편중
“속속 현금지급 전환…발행 비용만 낭비” 지적
“속속 현금지급 전환…발행 비용만 낭비” 지적
첫 월급 87만원 일부를 상품권으로 받은 희망근로자 김아무개(50·서울 서대문구)씨는 6일, 상품권을 받아줄 가맹점을 찾아 한 시간을 헤맸다. 그는 “가맹점도 많지 않고 있다해도 주로 재래시장 아니면 식당”이라며 “‘희망근로’하는 사람들은 밥값으로 매달 30만원씩 쓰진 않는다”고 말했다. 권아무개(76·서울 관악구)씨도 “3달 안에 다 써야 한다는데 그만큼씩 쓰지 않을 것 같다”며 걱정이 앞섰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희망근로사업’의 첫 월급을 지급하는 6일, 상품권이 본격적으로 시중에 유통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품권 가맹점이 많지 않아 사용이 불편할 뿐 아니라, 저소득층에게 효용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희망근로사업의 참가자는 한달 83만원 안팎의 월급 가운데 평균 30%인 25만원 가량을 재래시장·동네 가게 등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으로 받는다. 가맹점은 서울의 경우 7월 현재 모두 2만5654곳이다. 1만원, 5000원, 1000원의 3개 소액권으로 이뤄진 상품권의 유통 기한은 3달이다.
희망근로 참가자들은 무엇보다 공과금과 의료비, 교육비 등을 위해 현금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누리꾼(아이디 은하수)은 포털사이트 다음에 “시장에 가서 먹고 쓰는 것보다, 세금낼 돈과 아이들 교육비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최예륜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공공요금과 의료비조차 버거운 이들에게 월급을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6월 초, 1조7070억원의 예산을 들여 25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희망근로사업을 시작하면서 월급의 일부를 상품권으로 지급하고, 발급 지역을 벗어난 다른 지역이나 대형 할인마트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게 제한했다. ‘골목 상권’에서 소비해 영세자영업자를 지원해 경기를 부양하자는 취지였다. ‘희망근로상품권’은 6달 동안 3800억여원어치가 발행된다.
하지만 문제점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사실상 현금 지급으로 돌아서고 있다. 서울시는 6일 희망근로 참가자들에게 상품권 대신 현금을 지급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이날 오전 간부회의에서 서울시 소속 전 직원 1만5천여명이 ‘상품권 사주기 운동’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앞서 충북 음성 등을 비롯해 전국 수십여곳의 지자체에서 같은 운동에 나선 바 있다. 상품권 발행 비용만 낭비하게 된 셈이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가맹점이 아닌 가게에서도 현금처럼 상품권 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며 불만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서 만난 서울 남가좌동의 한 소형 마트 주인은 “상품권을 받아 은행에 가져갈 때는 관련 서류를 내야 현금으로 바꿔준다”며 “그런 귀찮은 일을 하는 상인이 어딨겠냐”며 혀를 찼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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