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호 새 국세청장(맨 오른쪽)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수송동 청사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한 뒤 직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국세청 백용호 체제 출범
“인사청탁 발 못붙이게” 취임사…옴부즈맨제 신설 제안
‘작지만 효율적인 국세청’ 세수 확충과 갈등 빚을 수도
“인사청탁 발 못붙이게” 취임사…옴부즈맨제 신설 제안
‘작지만 효율적인 국세청’ 세수 확충과 갈등 빚을 수도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우리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자.”
연단에서 취임사를 읽어 내려가는 새 청장이나 연단 아래서 귀기울여 듣고 있는 300여 직원들이나 모두들 긴장된 눈빛이 역력했다. 전직 청장 3명이 잇따라 비리 혐의로 불명예 퇴진했던 국세청이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첫 민간인 출신 청장 시대를 열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백용호 신임 국세청장은 16일 오전 서울 수송동 국세청 본관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열고 제18대 국세청장 정식 임기를 시작했다. 전임 한상률 청장이 인사청탁성 ‘그림 로비’ 의혹에 휘말려 지난 1월16일 중도 낙마한 지 꼭 여섯달 만이다. 백 청장은 취임사에서 “국세청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징세 행정기관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며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 청장에게는 당장 풀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투명성과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백 청장은 이와 관련해, 민간위원을 포함해 주요 세정운영 방안을 심의하는 ‘국세행정위원회’(가칭)를 설치하거나, 납세자 권익 보호를 위해 독립된 옴부즈맨 제도(납세자보호관)를 본청에 신설·운영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인사제도를 손질하고 그릇된 관행을 뿌리뽑는 일은 그 가운데서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백 청장은 “학연, 지연, 줄대기, 인사청탁 등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철저하게 성과와 능력에 따라서만 인사를 실시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사정은 결코 녹록지 않다. 우선 개혁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터져나올 불만과 갈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막느냐가 문제다. 백 청장은 이날 국세청의 새로운 비전으로 ‘작지만 효율적인 국세청’을 제시했다. 또 직원들을 상대로 최고 수준의 도덕성과 윤리성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정작 백 청장 스스로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도덕성 논란의 꼬리표에서 자유롭긴 힘들다.
이른바 ‘엠비(MB)노믹스’의 뼈대를 이루는 감세론 신봉자임에도 정작 세수 확충의 임무를 현장에서 떠안게 된 기막힌 현실은 백 청장의 또다른 고민거리다. 정부의 잇따른 ‘부자 감세’ 조처로 당장 올해 세수 부족 규모가 11조2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세청이 세수 증대를 위해 숨어 있는 세원 확보에 무리하게 나설 경우, 자칫 정부 스스로 강조해 온 ‘비즈니스프렌들리’(친기업) 세정과 곳곳에서 불협화음을 낼 여지도 크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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