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무교동길 국가인권위에서 인권단체 활동가들(뒤편)의 거센 항의를 받으며 위원장실로 향하고 있다. 현 위원장은 이날 오후 취임식을 열려다 행사장 앞에서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자 취임식을 미루고 위원장실에 1시간30분 정도 머물다가 뒷문을 통해 청사 밖으로 나갔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현병철 제5대 국가인권위원장이 17일 인권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쳐 예정됐던 취임식을 열지 못했다.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등 인권단체 회원 50여명이 “부적격 인사를 위원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집무실 앞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 임명한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취임식은 다음주 초로 연기됐다.
[%%TAGSTORY1%%]
애초 이날 오후 5시로 예정됐던 취임식은 시작 30여분 전부터 인권단체 회원들이 행사장 근처로 모이면서 파행이 예고됐다. 인권위는 행사장이 있는 10층부터, 꼭대기층인 13층까지 출입구를 모두 통제했다. 하지만 위원장 집무실이 있는 13층으로 취재기자들의 진입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인권단체 회원 10여명이 함께 들어갔다. 이들은 위원장 집무실 앞을 막고 “위원장 자격과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는 만큼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현 위원장은 1시간30여분 동안 집무실에서 문을 잠근 채 머물렀으며, 오후 6시35분께 ‘폐문’이라고 적힌 옆문을 통해 인권위 청사를 황급히 빠져나갔다. 그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지켜봤는데 납득할 만한 이야기가 아니었다”며 “반대하는 분들을 설득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인권위는 온종일 현 위원장의 취임식 문제로 갈팡질팡했다. 취임식은 애초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돼 있었지만, 청와대가 임명장 수여 일정을 확실히 알려주지 않아 인권위 관계자들의 애를 태웠다. 인권위 간부들은 도리어 “청와대가 임명장 수여를 미루는 다른 이유가 있느냐”며 취재진에 묻기도 했다. 인권위는 결국 오후 3시께 “오늘 취임식은 하지 않는 걸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으나, 한 시간 뒤 상황이 다시 뒤집어졌다. 인권위는 오후 4시께야 가까스로 ‘취임식이 오후 5시에 열린다’고 알렸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회의와 그동안 못 받았던 보고를 받느라 (임명장 수여식) 일정을 잡기가 어려웠다”며 “인권위원장 임명에 문제가 있거나 재검토하는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홍석재 황준범 기자 forchis@hani.co.kr
홍석재 황준범 기자 forchi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