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적극개입해 구조조정 충격 흡수
프랑스선 납치사태 치닫자 장관이 협상 나서
프랑스선 납치사태 치닫자 장관이 협상 나서
격변기에 놓인 세계 자동차업체들은 이합집산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쌍용자동차처럼 극단의 갈등으로 치닫는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정부의 적극적인 고용안정 노력과 사회적 안전망 강화로 인적 구조조정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2000년대 초 자동차산업 위기 때와 달리 노조의 자본참여 유도나 근로단축보상제 등 새로운 제도를 속속 도입하는 것도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자동차회사들이 과감한 내부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었던 환경과 배경에 주목할 것을 강조한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기계산업팀장은 “희망퇴직에 대한 보상금, 실효성 있는 실업보조금과 전직훈련, 퇴직 뒤 건강보험 등의 혜택이 있고 노조에도 자사지분을 보유하도록 해 향후 경기가 좋아져 주가가 회복했을 때 손실분을 되찾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나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해야 지원이 가능하다’는 논리로 일관하는 우리 사정과는 크게 다르다는 설명이다.
특히 독일이나 일본의 사례는 시사적이다. 독일은 공장폐쇄와 감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동차업체에 과감하게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노조도 현실을 직시해 임금삭감에 동의했다. 정부는 노조가 완성차업체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법제화를 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성재 연구위원은 “독일이 평소에 구축해놨던 ‘근로시간계정제’(노동시간구좌제)도 인력운용의 유연화와 비용절감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호황기 잔업시간을 근로자 개인의 시간구좌에 적립했다가 불황기 물량이 없을 때 소진하는 것으로, 근로자들은 회사의 급격한 매출감소에도 고용과 소득의 안정을 어느 정도 기할 수 있었고, 사용자한테는 경기침체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일본은 근로시간을 줄일 경우 회사가 근로시간 단축분에 대해 평소 임금의 최소 60%를 지급해야 하는데, 정부는 이 비용의 절반을 보조해주고 있다. 이항구 팀장은 “지난해 위기 이후 ‘한국 자동차가 기회다’라는 낙관론만 있을 뿐, 구조조정에 대한 준비 및 논의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한다.
쌍용차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업체도 있다. 프랑스의 자동차부품업체 ‘뉴 파브리’는 도산위기에 몰려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다. 르노, 푸조시트로엥 같은 완성차업체와 거래하는 이 회사가 강제청산에 들어가게 되자 노조가 상사를 납치하고, 생산라인에 가스통을 연결해놓고 “해고자 개인보상을 1만5000유로씩 해주지 않으면 공장을 폭발시키겠다”며 맞섰다. 이에 르노와 푸조가 시설매입은 약속하되 개인보상을 거부하자 상황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최근 프랑스의 산업부장관이 노조 면담 제의를 받아들이며 폭발위협을 거둘 것을 요구했고, 이에 노조는 투표를 통해 가스통을 철거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현실적인 방안은 대화에서 나옴을 보여주는 사례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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