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법무부·국정원도…‘법규정 묵살’
공공기관 4곳중 1곳꼴 제출의무 안지켜
82곳은 “0건”…“위반해도 규제방법 없어”
공공기관 4곳중 1곳꼴 제출의무 안지켜
82곳은 “0건”…“위반해도 규제방법 없어”
공공기관 4곳 중 한 군데는 해마다 한 차례씩 ‘비밀기록물 생산 현황’을 국가기록원에 통보하도록 한 법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소장 하승수)가 국가기록원에 요청해 받은 ‘비밀기록물 생산 현황 통보 결과’를 보면, 641곳 공공기관 가운데 153곳(23.8%)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7월5일까지 비밀기록물 생산 현황을 아예 제출하지 않았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제71조 1항)은 공공기관이 매년 5월말까지 전년도에 생산·해제 및 재분류된 비밀기록물의 현황을 국가기록원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생산 현황을 통보하지 않은 공공기관 가운데는 국무총리실, 법무부, 대검찰청, 국가정보원, 서울특별시, 국가인권위원회 등 주요 권력 기관들이 들어 있다. 이는 비밀기록물 현황을 제때에 통보하지 않거나 아예 내지 않아도 이를 규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정원은 각 기록물관리기관의 비밀이 누설되지 않도록 보안대책을 세우고, 국정원장이 이를 책임지도록 돼 있는 기관임에도 정작 자신들은 비밀기록물 현황을 통보하지 않았다. 국가기록원의 한 관계자는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이를 강제할 조항이 없어 독촉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국가기록물 관리에 공공기관이 협조하지 않아 주요 국가기록물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파악할 길조차 없다”고 말했다.
‘불성실 통보’의 의심을 사는 곳도 있다. 대북 정보를 직접 다루는 통일부의 경우, ‘단 1건도 비밀기록을 생산하지 않았다’고 국가기록원에 알렸다. 통일부는 비밀 등급별(1~3급), 형태별(문서·도면·시청각·간행물 등), 생산·보유별 구분에 따라 48가지로 분류된 생산 현황 통보란에 모두 ‘0건’으로 표시해 국가기록원에 지난달 말 제출했다. 통일부와 같이 지난 1년6개월 동안 한 건의 비밀기록물도 생산하지 않았다고 통보한 곳은 동해·남해·서해 해양지방경찰청, 광주·중부 지방국세청, 대전·부산 고등검찰청 등 모두 82곳이었다.
또 비밀이 해제돼 ‘일반 문서’로 재분류된 기록물을 곧바로 ‘비공개 문서’ 다시 지정해 일반 공개를 차단하는 관행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공개센터가 지난 6월 외교통상부에 요청해 받은 ‘2007년 외교통상부 북미 1·2과 비밀해제 문서 목록’을 보면, 전체 4846개 문서 제목 가운데 4395개(90.6%)를 먹칠해 알아볼 수 없게 한 채로 자료를 내줬다. 외교부 관계자는 “사안에 따라 제목에도 비밀 정보가 들어있을 수 있어 제목의 공개 여부를 (스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국가안보에 해롭지 않다고 보아 비밀 해제가 된 것을 다시 ‘국가안보에 해롭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전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상당수 공공기관이 기록물관리법을 지키지 않아 비밀 기록을 얼마나 생산하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다”며 “비밀 해제된 기록물에 대해 자의적으로 일반인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관행도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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