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반석 임대아파트 주민 이선자씨가 27일 “허리가 휘게 일해서 모은 전 재산인 보증금을 날리는 게 정말 억울하다”며 울고 있다.
11개 시·도 3천여가구 주민
보험 안 든 임대업자 부도로
보증금 날릴 위기에 한숨 뿐
보험 안 든 임대업자 부도로
보증금 날릴 위기에 한숨 뿐
보증금 떼일 위기에 ‘속타는’ 임대아파트 세입자들 “허리가 휘게 일해도 가난을 면할 길이 없는데 보증금까지 뺏겨야 하나요?” 지난 27일 대전 대덕구 상서동 반석임대아파트 1층 어린이도서관에 주민 10여명이 모였다. 임대사업자가 부도를 내는 바람에 11년째 살아온 아파트의 임대보증금을 날릴 터라 대책을 세우기 위한 자리였다. 이선자(44)씨는 “부도는 임대사업자가 냈는데, 왜 세들어 사는 입주민이 보증금을 날려야 하는지, 정말 억울하다”며 울먹였다. 생산업체에서 일하는 남편 월급 150만원에 이씨가 부업으로 벌어들이는 60만원을 더해도 겨우 ‘입에 풀칠하는’ 처지다. 이씨는 “부모님이 대출한 2억원을 대신 갚느라 가뜩이나 힘든데, 보증금(2500만원)마저 날리면 희망이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경북 포항시 남구 연일읍 대궁하이츠아파트에 사는 김선희(36)씨도 기막힌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8월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 상을 치르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보증금 3800만원짜리 전세 아파트가 가압류돼 있었다. 임대사업자가 부도를 내면서 보증금을 받을 길이 막막해지자 한 푼이라도 건지기 위해 주민들이 서로의 집을 가압류한 것이다. 김씨는 “세 자녀와 살기 위해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 신청을 했더니, 받기도 어렵게 된 보증금 때문에 안 된다고 하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임대사업자들이 부도를 내면서 전국 11개 시·도의 민간 임대아파트 39개 단지, 3294가구, 1만여명의 주민들이 전세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놓였다. 임대사업자가 국민은행이 운용하는 국민임대주택기금을 대출받아 지은 민간 임대아파트를 운영하다가 대출이자를 갚지 못해 부도가 났기 때문이다. 이들 아파트에는 대체로 노인, 다문화가정, 저소득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살고 있다. 국민은행의 집계를 보면, 지난해 말까지 부도난 임대아파트는 모두 64개 단지 6235가구였다. 이 가운데 20개 단지 1955가구는 임대사업자가 이자를 갚으면서 사업이 정상화됐고, 5개 단지 986가구는 주택보증보험에 가입한 상태여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돈 건지려 이웃집 가압류까지
보증금 보호 특별법 개정안
국회서 수개월째 ‘대기중’ 정부는 2007년 이런 사례가 나타나자 ‘부도난 공공건설 임대주택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을 제정해 이들의 보증금을 보장해주도록 했으나, 3294가구 1만여명은 현재로선 여전히 보증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다. 특별법이 보장해주는 대상자는 2007년 4월20일 이전에 부도난 임대아파트 주민에게만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 이후엔 임대사업자가 주택보증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해 부도에 대비했으나 3294가구는 여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해당 임대사업자들이 관련법의 주택보증보험 의무 가입 규정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원이 잇따르자 김창수 자유선진당 의원은 2007년 4월 이후의 부도 아파트 주민들에게도 보증금을 정부가 보호해주는 내용의 특별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상정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주민들의 불안에도 아랑곳없이 국토해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수개월째 머물고 있다. 대전/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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