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자 부도로 경매위기에 놓인 대전 대덕구 상서동 반석임대아파트 벽에 27일 ‘임차인 주거권 보장, 특별법 개정’이란 글이 적힌 대형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벌금〈보험료…사업자 “벌금 내고 말지” 가입 회피
부도땐 ‘채권자’ 국민은행 기금회수 급급 서민 거리로
부도땐 ‘채권자’ 국민은행 기금회수 급급 서민 거리로
‘보증금 대란’ 왜 일어났나 임대아파트 보증금 대란이 재발한 것은 임대주택법에 규정된 주택보증보험 의무가입 제도가 지켜지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근본 원인은 정부의 관리 부재와 민간 임대아파트 사업의 제도적 허점, 임대사업자의 부도덕성, 주민들의 법 이해 부족 등에서 비롯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도가 난 임대아파트는 정부가 1994년 집 없는 서민들에게 주거 걱정을 덜어주려고 민간업자도 임대주택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지어진 것으로, 1998년부터 대량 공급됐다. 2007년 말 현재 공공임대를 포함한 우리나라 전체 임대아파트 133만4951가구 가운데 민간 임대아파트는 22.4%인 29만9497가구에 이른다. ■ 정부의 관리 소홀 정부는 2000년대 초부터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들의 무더기 부도로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이 전세보증금을 떼이는 문제가 사회문제가 되자 2007년 1월20일 주민들을 보호하려고 ‘부도난 공공건설 임대주택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을 제정했다. 뼈대는 부도난 임대아파트를 매입한 사업자가 보증금을 돌려주도록 규정한 것이다. 정부는 대한주택공사가 전국의 부도난 임대아파트 6만여 가구를 경매를 통해 매입해 ‘국민임대주택’으로 활용하도록 조처했다. 그러나 매입 비용이 3조8천억원에 이르는 등 재정 부담이 만만치 않자, 보호 대상을 2005년 12월13일 현재 임대중인 아파트 가운데 2007년 4월20일 이전에 부도난 아파트로 제한했다. 또 임대주택법을 고쳐 주택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이후의 부도에 따른 보증금을 보장받도록 했다. 가입하지 않는 사업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제재 규정도 뒀다. 그러나 대전시민연대 오훈 대표는 “실제 32.64㎡(13평), 39.93㎡(16평) 150가구가 사는 대전 반석아파트의 경우 사업자의 연간 보험료 부담액은 4천여만원이어서 사업자로서는 벌금 내는 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 제도적 허점 민간 임대아파트가 부도나면 1순위 채권자는 임대아파트 재원인 국민임대주택 기금을 위탁 관리하는 국민은행이 된다. 은행은 민간업자에게 임대아파트 건설비를 대출해주는 대신 채권 확보를 위해 아파트를 가압류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부도가 난 뒤 사업 정상화가 어려우면 기금 회수를 위해 분양하거나 경매를 신청한다. 주민들은 “등기부등본을 떼보니 기금이 채권자여서 보증금을 기금이 보장하는 줄 알았다”며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 집 걱정 말고 살라고 지은 게 임대아파트인데, 사업자가 부도나면 국민은행이 기금 회수에만 혈안이 돼 보증금을 가로채니 정부가 서민의 주머니를 터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대전 경실련 이광진 사무처장은 “애초부터 민간에 임대사업을 허용해 빚어진 문제인 만큼 앞으로는 공공임대사업은 주공이나 정부가 직접 시행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특별법 개정 청원 전국의 부도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지난해 말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한 모임인 ‘특별법 개정을 위한 네트워크-부도 임대아파트 사태 해결을 위한 연석회의’를 꾸렸다. 주민들의 주장은 현행 특별법에 규정된 보호기간을 삭제해 모든 부도 아파트를 보호해 달라는 것이다. 현재 특별법 개정안은 김창수 의원(자유선진당)의 대표 발의로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국토해양위는 지난주 초 이를 최종 심의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길 예정이었으나 정국 경색으로 6월 국회가 폐회돼 처리가 미뤄졌다. 진미윤 대한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부도 아파트 주민들은 주거 보장을 받지 못해 인격·교육·건강·참여 권리를 침해당한다”며 “극단적으로는 용산에서처럼 생명까지 잃을 수도 있으니 주거 안정 차원에서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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