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속 성차별 표현
“아들은 결혼-딸은 출가로 표현”
“축구는 남성-무용은 여성만 등장”
“축구는 남성-무용은 여성만 등장”
“내가 따돌림 당한 원인을 찾으라고요? 교과서는 그렇게 말하지만 집단 따돌림의 원인을 직접 찾도록 하는 것은 피해 당사자를 자책하게 만들 수 있어요.”(청명중 1학년 홍재영)
국가인권위원회의 ‘제1기 교과서 학생모니터단’이 학생들의 눈높이로 찾아낸 교과서 속 반인권 사례를 모아 13일 중간발표를 했다. 50명으로 구성된 학생 모니터단은 지난 6월부터 2개월 남짓 동안 자신들이 배우는 교과서에서 ‘인권 관련 비추천·차별’ 사례를 톡톡 튀는 시선으로 잡아냈다.
“스포츠에는 남성·여성 선수들이 있는데 중학교 1학년 체육 교과서에는 태권도·축구·스키를 설명하는 사진에는 남성만, 무용 사진에는 여성만 등장합니다. 여성·외국인들도 태권도를 하는 모습이 그려져서 다문화 교과서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영덕중 1학년 오주영)
이번 발표에서 학생모니터단은 성차별이나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사례를 가장 많이 지적했다. 정효영(신목중3)군은 “도덕 교과서(138쪽)에 ‘김 노인에게는 결혼한 아들 셋과 출가한 막내딸이 있다’고 기술된 부분이 있다”며 “아들은 ‘결혼’, 딸은 ‘출가’라고 표현해 ‘딸은 키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은연중에 내비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모니터단은 ‘청소년 문화 활동 대부분이 생산적이 아닌 스트레스 해소성 소비 문화’라고 기술한 도덕 교과서가 청소년 문화에 대한 편견을 보였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대부분 교과서에 등장하는 삽화가 비장애인으로만 그려진다는 점 등도 꼬집었다.
인권위는 “모니터단에 참여한 학생들이 인권의 중요성을 스스로 느낄 뿐 아니라, 학생들이 어떻게 인권을 이해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계기도 됐다”며 “12월까지 모니터단을 운용한 뒤 지적된 사례들을 모아 개정될 교과서에서 문제점이 수정되도록 권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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