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경씨(맨왼쪽)가 18일 밤 가족과 함께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대중 전 대통령 임시빈소를 찾아 꽃을 든 채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추모 시민들 기억속 DJ]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틀째인 19일, 공식 분향소가 차려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대중가요 ‘목포의 눈물’이 애절하게 울려퍼졌다.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가장 즐겨 불렀던 노래다. 이날 분향소에선 ‘목포의 눈물’ ‘광야에서’ 등이 번갈아 흘러나오는 가운데, 김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임길춘(88)씨는 “내 고향인 전남 나주 근처에서 태어났고, 연배도 비슷해 마음속으로 가깝게 여겨온 큰 정치인의 서거가 마음 아파 분향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임씨는 “‘목포의 눈물’을 듣고 있자니 마음이 짠하다”며 “정책의 잘잘못을 따지곤 하는데, 오늘만큼은 김 전 대통령이 선한 마음으로 국민에게 참 잘했다는 사실만 기억하고 싶다”고 했다.
이날 가로 22m, 세로 8m 크기로 만들어진 분향소는 국화 2만여 송이로 가득 채워졌다. 1.5m 길이의 김 전 대통령 영정은 분향소 한가운데 자리잡았다. 시민들의 첫 조문은 예정보다 2시간여 늦은 오전 11시께 시작됐다.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 속에서도 시민들은 50m가량 줄을 서서 차분하게 차례를 기다렸다. 저녁이 되면서 퇴근길에 들른 시민들로 조문 행렬이 길어졌다. 150여m까지 늘어선 조문객들은 한 차례 100여명씩 김 전 대통령의 영정에 헌화했다. 서울광장 분향소에는 이날 하루에만 1만여명이 다녀갔다.
초등학교 동창과 온 정광섭(63)씨는 “우리 시대 영웅의 마지막 길에 꼭 와 보고 싶었다”며 “1971년 대통령 선거 때 서대문 홍제초등학교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봤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김 전 대통령은 언제나 당당한 모습이었다”고 회고했다. 최일남(57)씨는 “1987년 12월 여의도에서 120만 군중 앞에서 연설하던 역사적인 모습은 앞으로 두 번 다시 나올 수 없을 것”이라며 “큰 민족 지도자를 잃게 돼 너무나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50개 종교·법조·교육·시민사회단체 대표와 사회 원로 300여명은 서울광장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시민추모위원회 결성’ 기자회견을 열었다. 추모위는 “‘행동하는 양심’이 돼, 김 전 대통령이 이룩한 민주주의, 인권, 평화의 업적을 기억하고 발전시키겠다”며 “시민들이 참여하는 추모위를 통해 추모행사, 남북화해 서명운동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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