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차려진 서울광장에19일 오전 시민들이 찾아와 분향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화해·민주·인권·평화 ‘정치적 밑돌’
그가 씨뿌린 가치들 하나둘 후퇴
서민경제·복지 위기 심각한 상황
“유업 잇는건 국민들 다수의 책임”
그가 씨뿌린 가치들 하나둘 후퇴
서민경제·복지 위기 심각한 상황
“유업 잇는건 국민들 다수의 책임”
서거 이후 남겨진 성찰과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화해와 통합’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김 전 대통령에게 사실상 사형을 내렸던 전두환 전 대통령과 평생의 ‘정치적 경쟁자’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빈소를 방문하고, 정부는 국장으로 그의 서거에 대한 애도의 격을 높였다. 정치권에서도 “김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화합과 소통, 국민통합을 이루자”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말의 잔치’만 요란할 뿐, 정작 한국 사회에선 김 전 대통령이 평생을 추구한 민주주의, 서민경제, 평화의 가치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그가 뿌린 씨앗들이 실종되거나 메말라가고 있는 것이다.
‘화해’와 ‘통합’은 김 전 대통령의 정치역정을 꿰뚫는 가치였다. 그는 군사정권의 탄압 속에서 내란 주동자로 지목돼 사형 판결까지 받았지만, 역설적으로 ‘화해’와 ‘용서’를 실천했다. 그는 대통령 후보 시절 “집권하면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고, 이를 실천했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결단’했고, 집권 이후 한 번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우리나라를 ‘실질적 사형제 폐지국’에 올려놓는 기초를 닦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이후 ‘정치보복’ 논란 속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법질서 확립’이라는 명목 아래 집회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 거세지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이 ‘독립적 국가기구’라는 특수 지위를 부여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강제적인 축소·개편은 인권 후퇴의 상징적인 사례다.
김 전 대통령이 초석을 닦은 남북화해 정책은 정부의 ‘비핵 3000 구상’에 밀려 폐기되고 남북관계는 꽁꽁 얼어붙었다. 그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로 첫발을 내디딘 ‘과거사 청산’ 작업은 과거사위 통폐합 시도로 위축됐으며, 환경과 개발 사이의 균형을 찾기 위해 만든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껍데기만 남았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복지정책과 서민경제의 위기다. 문진영 서강대 교수(사회복지학)는 “4대강 사업 등에 밀려 김 전 대통령이 처음 도입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복지에 대한 성취가 형해화되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결국 김 전 대통령은 지난 6월 6·15 남북공동선언 9돌을 기념하는 특별연설에서 “과거 50년 동안 피 흘려 쟁취한 민주주의가 위태로워 매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방관하면 악의 편”이라며 “피맺힌 심정으로 말하는데,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호소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김 전 대통령은 그가 기초했고, 지난 10년 동안 진행된 여러 정책이 후퇴하거나 물거품이 되는 것을 보며 말할 수 없이 괴로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우리 사회가 그가 추구한 가치를 다시 되새기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정치학)는 “김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서는 맹목적인 구호만으로는 부족하고, 지금부터라도 지난 10년 동안의 성취에도 불구하고 민주세력들이 왜 국민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한국사)는 “김 전 대통령이 추진한 정책들은 기대에 못 미친 것도 많았고, 실망스러운 것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사회의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선견지명이 담긴 것들이었다”며 “진보 진영은 김 전 대통령의 유산만 탐하지 말고, 남북 평화와 민주주의 향상이라는 유지를 받들어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깨어 있는 시민을 강조했고, 김 전 대통령은 행동하는 양심을 말했다”며 “이는 김 전 대통령의 유업을 잇는 일이 일부 정치인들의 몫이 아니라 국민 다수의 책임임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길윤형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결국 김 전 대통령은 지난 6월 6·15 남북공동선언 9돌을 기념하는 특별연설에서 “과거 50년 동안 피 흘려 쟁취한 민주주의가 위태로워 매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방관하면 악의 편”이라며 “피맺힌 심정으로 말하는데,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호소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김 전 대통령은 그가 기초했고, 지난 10년 동안 진행된 여러 정책이 후퇴하거나 물거품이 되는 것을 보며 말할 수 없이 괴로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우리 사회가 그가 추구한 가치를 다시 되새기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정치학)는 “김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서는 맹목적인 구호만으로는 부족하고, 지금부터라도 지난 10년 동안의 성취에도 불구하고 민주세력들이 왜 국민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한국사)는 “김 전 대통령이 추진한 정책들은 기대에 못 미친 것도 많았고, 실망스러운 것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사회의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선견지명이 담긴 것들이었다”며 “진보 진영은 김 전 대통령의 유산만 탐하지 말고, 남북 평화와 민주주의 향상이라는 유지를 받들어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깨어 있는 시민을 강조했고, 김 전 대통령은 행동하는 양심을 말했다”며 “이는 김 전 대통령의 유업을 잇는 일이 일부 정치인들의 몫이 아니라 국민 다수의 책임임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길윤형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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