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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서울역사박물관 ‘장물’ 전시?

등록 2009-08-28 06:42수정 2009-08-28 09:25

배씨 대종회, ‘왕지’ 도둑맞은 유물 주장
박물관쪽 “정상절차 통해 구입” 버티기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역사박물관이 10년 전에 산 문화재가 ‘도둑맞은 자신의 유물’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나타나 ‘장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5일 배아무개(62·경기 용인시)씨는 우연히 서울역사박물관의 누리집을 들여다보다 깜짝 놀랐다고 한다. 누리집에 공개돼 있는 유물 가운데 분성 배씨 종친회가 애지중지하며 가보로 전해오던 ‘왕지’(王旨)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가로 78.6㎝, 세로 44.7㎝ 크기의 이 왕지는 세종대왕이 1428년 영덕 현사(지금의 군수) 배담에게 내린 현사 임명장으로, 여느 조선 초기 왕지와 함께 보물급 유물로 평가받는 것이다. 문제는 이 왕지가 배씨 가문에서 10년 전 도둑맞은 유물이라는 점이다.

분성 배씨 종친회는 1999년 12월, 이 왕지와 함께 세종대왕한테서 받은 교지, 홍패(과거급제 합격증) 등 보물급 유물 7점을 경북 영덕에 있는 종손의 집 인근 정자에 보관해오다 한꺼번에 도난당했다. 당시 종친회 쪽은 곧바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대대로 물려오던 ‘가보’를 되찾으려 무진 애를 썼다고 한다. 배씨는 사고 이후 이 종손이 “가보를 털렸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다 2년 뒤 폐암으로 숨졌다”고 했다.

이런 사연을 지닌 유물 한 점을 10년 만에 극적으로 발견한 배씨는 곧바로 서울역사박물관을 찾아가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박물관 쪽은 이 유물을 살 당시 문중 인사들을 찾으려고 했지만 확인되지 않았고, 문화재청을 통해 도난 물품인지 여부도 확인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를 밝혔다. 박물관은 도난 사건이 일어난 지 7개월이 지난 2000년 6월, 허가받은 한 문화재 매매업자를 통해 1000여만원을 주고 이 유물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 쪽은 해당 유물이 1999년 12월 배씨 종친회가 만든 문중 책자 ‘배씨 종사보감’에 사진과 함께 소유 목록으로 올라 있고, 도난 당시 경찰에 신고한 내용이 있는 만큼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한다. 배씨는 “공공 박물관이 도난품인지 여부도 철저히 확인하지 않은 채 장물 문화재를 구입해놓고는, 되찾으려면 법적 절차를 밟으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며 “주인에게 돌려준 뒤 다시 위탁받아 전시를 하더라도 후손에게 일단 반환하는 게 사리에 맞지 않겠느냐”고 답답해했다.

이에 대해 서울역사박물관 유물관리과의 김문택 담당자는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구입한 것인 만큼, 유물을 훔쳤다는 피의자가 나오는 등 다른 법적 절차가 없다면 반환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지난 7일 도난 또는 유실된 문화재를 합법적으로 취득했더라도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재보호법의 ‘선의취득 배제’ 조항(제99조 4항)이 헌법에 부합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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