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눈치에 병원 못가고
회사는 확진없는 병가 난색
동료들엔 ‘왕따’ 당하기도
회사는 확진없는 병가 난색
동료들엔 ‘왕따’ 당하기도
‘신종 인플루엔자 A’(신종 플루)가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감기 환자들이 사무실에서 ‘왕따’를 당하는 등 갖가지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회사 쪽도 감기 증세만으로 병가를 내줄 수는 없어 고민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중순께 외국여행을 다녀온 회사원 ㄱ(30)씨는 지난 24일 심한 몸살감기로 고열·설사 증상을 보이자 직장 상사가 조퇴를 권유했다. 그런데 다음날 회사 인사부에서 “병원 확진 진단서가 없어 병가를 줄 수 없다”고 통보해 왔다. ㄱ씨는 “출근했더니 인사부에서 마스크를 주며 ‘이걸 쓰고 근무하라’면서, ‘최근 사장실에 들어간 적이 있느냐’고 꼬치꼬치 캐물었다”며 “그렇게 걱정이 되면 병가를 주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신종 플루가 의심되지만, 상사의 눈치가 보여 병원을 제때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이아무개(33)씨는 “동남아로 출장을 다녀온 뒤 감기 증세가 있어 ‘보건소에 가겠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눈치가 보였다”며 “윗사람들이 ‘유난을 떤다’고 할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설령 확진 검사를 받았다고 해도 검사 결과가 나오는 3~4일 동안 대체로 출근을 해 신종 플루 확산을 막을 길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이런 이유로 감기 증상을 보이는 직장인들은 동료한테서 때아닌 ‘왕따’를 당하기도 한다. 회사원 정승희(27)씨는 “얼마 전 출장을 다녀온 동료가 독감에 걸렸는데 점심시간에 구내식당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며 “휴가라도 내줘 쉬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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