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기가 꺼림칙해”…경찰-운전자 신경전
"훅∼ 부세요" "이거 깨끗한 건가요?"
최근 서울시내 음주단속 현장에서 경찰관과 운전자들 사이에 흔히 오가는 대화다.
운전자로선 수많은 사람이 입김을 불어넣은 음주측정기에 입을 가까이하려니 불안하고, 경찰관 역시 이들의 입김을 직접 맞으려니 꺼림칙해 피차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7일 일선 경찰 등에 따르면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나 사회적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음주단속 현장에서도 경찰관과 운전자 간 신경전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최근 사직동 사직터널 인근에서 음주단속을 받은 회사원 김모(35)씨는 "경찰이 다른 사람이 훅훅 불어댄 음주측정기를 들이대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신종플루에 감염된 누군가가 측정기에 침을 튀겼을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회사원 장모(27.여)씨도 "경찰은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운전자에겐 별도의 안전조치를 해주지 않아 불쾌했다"며 "측정기를 소독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경찰관이 거즈에 알코올을 묻혀 닦아줬지만 그래도 찜찜했다"고 당시 느낌을 전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경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경찰의 음주단속에 불안감을 나타내는 민원성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운전자도 불쾌하겠지만, 현장에서 운전자들의 불평을 감수하며 단속해야 하는 경찰은 이중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경찰관들도 많은 운전자들의 입김에 노출된 음주측정기를 들고 있자니 행여 자신이 신종플루에 걸리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음주단속을 하다 보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 수시로 측정기를 소독액으로 닦거나 다른 기계로 교체한다"며 "그러나 정작 신종플루의 위험에 노출된 것은 운전자가 아니라 경찰관"이라고 말했다. 다른 경찰관은 "신종플루 불안감 탓에 완강히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시민들도 있지만 일부는 음주측정을 피하려 핑계를 대는 경우도 있다"며 "이들에 대해서는 임시방편으로 장갑에 입김을 불어달라고 요청해 냄새로 판별할 때도 있다"고 전했다. 이같이 음주단속 현장에서 불안감이 높아지자 경찰청은 최근 질병관리본부 등에 음주측정이 운전자에게 신종플루를 전염시킬 위험이 있는지를 질의했다. 답변은 음주단속이 신종플루를 옮길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음주측정은 운전자가 측정기 주변의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숨을 내쉬는 것이어서 신종플루에 감염될 위험은 전혀 없다는 답을 들었다"며 "이뿐만 아니라 1시간마다 측정기를 소독하도록 하는 등 철저한 위생관리를 하고 있어 음주단속을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상현 김연정 기자 hapyry@yna.co.kr (서울=연합뉴스)
경찰관들도 많은 운전자들의 입김에 노출된 음주측정기를 들고 있자니 행여 자신이 신종플루에 걸리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음주단속을 하다 보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 수시로 측정기를 소독액으로 닦거나 다른 기계로 교체한다"며 "그러나 정작 신종플루의 위험에 노출된 것은 운전자가 아니라 경찰관"이라고 말했다. 다른 경찰관은 "신종플루 불안감 탓에 완강히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시민들도 있지만 일부는 음주측정을 피하려 핑계를 대는 경우도 있다"며 "이들에 대해서는 임시방편으로 장갑에 입김을 불어달라고 요청해 냄새로 판별할 때도 있다"고 전했다. 이같이 음주단속 현장에서 불안감이 높아지자 경찰청은 최근 질병관리본부 등에 음주측정이 운전자에게 신종플루를 전염시킬 위험이 있는지를 질의했다. 답변은 음주단속이 신종플루를 옮길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음주측정은 운전자가 측정기 주변의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숨을 내쉬는 것이어서 신종플루에 감염될 위험은 전혀 없다는 답을 들었다"며 "이뿐만 아니라 1시간마다 측정기를 소독하도록 하는 등 철저한 위생관리를 하고 있어 음주단속을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상현 김연정 기자 hapyr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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