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자율권 침해” 반발
시도 때도 없이 온라인 게임에 열중하는 학생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카이스트(KAIST)가 ‘접속 차단’이란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이 학교 학생처는 지난 23일 학교 누리집을 통해 “다음달 1일부터 새벽 2~7시 사이에 일부 게임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겠다”고 공지했다. 내로라하는 이공계 수재들이 모인 학교인 만큼 공부에 쓰라고 열어 놓은 인터넷망이 엉뚱하게도 공부를 방해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비상조처다.
실제로 카이스트에선 게임 중독으로 학사경고를 받는 학생이 학부생 3000명 가운데 50명(2%) 정도라고 한다. 특히, 최근 학사경고를 3번 받아 제적됐다가 재입학을 신청한 학생들의 3분의 2가 ‘게임 중독에 따른 학업부진’ 때문인 것으로 학교 쪽은 진단하고 있다. 건강을 해치는 학생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경욱 카이스트 학생처장은 “게임 중독 수준에 이른 학생들의 경우 학부모들이 학교에 도움을 호소하기도 한다”며 “이번 차단 조처와 함께 게임 중독 학생 치료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 처장은 “이용 제한시간대가 대부분 잠을 자는 새벽 2시 이후여서 (시행이) 크게 어렵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자율권을 침해하는 조처”라며 반발하고 있다. 카이스트 학부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다른 대안을 논의해 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접속 차단을 공지했다”며 학교 쪽 조처를 비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