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쌀지원 재개하고, 쌀값안정 대책 세워라”
농민들이 성났다. 29일 곳곳에서 논을 갈아엎고 집회를 벌였다. ‘쌀값 폭락’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경기도 여주에서는 농민 60여명이 가남면 본두2리에서 ‘쌀값 보장과 대북 쌀지원 재개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수확을 앞둔 논 2300여㎡를 갈아엎었다. 전북에서도 농민 2000여명이 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쌀값 하락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충남 지역 농민들도 다음달 30일 자치단체와 농협, 정당사무실 앞 등에 볏가마를 쌓아놓고 쌀값 대책을 촉구하기로 했다. 쌀값 폭락에 따른 농민 반발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전국의 산지 쌀값은 29일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10%에서 최대 30%까지 떨어졌다. 지난 15일께부터 조생종 벼가 출하된 전북 남원과 순창 지역에서는 벼 40㎏이 4만5000원으로 지난해 5만1000원보다 10% 이상 떨어졌다. 강원 철원농협도 오대벼의 수매가격을 지난해 1㎏당 1650원보다 10%가량 낮은 1530원으로 책정했다. 충북에서는 지난해 한 가마에 19만~21만원 하던 조생종 쌀값이 올해 13만5000~14만원으로 30% 이상 폭락했다. 장석현(53·충남 아산)씨는 “건조벼 40㎏ 기준으로 농협의 잠정 매입가가 지난해 5만4000원에서 4만5000원으로 떨어져 지금으로선 생산비도 건지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쌀값 폭락의 원인으로는 생산과잉 및 수급조절의 실패와 함께 특히 대북 쌀지원 중단이 거론된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정책부장은 “올해 쌀값 폭락은 정부가 대북 쌀지원을 중단해 재고량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라며 “농민들이 영농비라도 건지려고 햅쌀을 집중 출하하면 쌀값이 더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농민단체들은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중단한 연간 40만t 규모의 대북 쌀지원을 즉시 재개하고 쌀값 안정을 위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쌀값이 요동치고 농민 반발이 일자, 정부 여당은 이날 당정협의를 통해 올해 수확기에 애초 계획보다 23만t 늘린 270만t의 쌀을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대전/송인걸, 김기태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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