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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참사 현장에 농성장에…올해에도 ‘잔인한 추석’

등록 2009-09-29 19:12수정 2009-09-29 23:42

‘용산 참사’로 숨진 고 한대성씨의 부인 신숙자씨가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에서 분향소에 놓인 초를 정리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아직 망자의 장례를 치르지 못해 지난 1월 말 설날에 이어 이번 추석에도 차례를 지내지 못하게 됐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용산 참사’로 숨진 고 한대성씨의 부인 신숙자씨가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에서 분향소에 놓인 초를 정리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아직 망자의 장례를 치르지 못해 지난 1월 말 설날에 이어 이번 추석에도 차례를 지내지 못하게 됐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모두가 ‘고향’과 ‘가족’과 한가위의 풍요로움을 말하는 이때, 자꾸 무거워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추슬러야 하는 이들이 있다. ‘용산 참사’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 남편을 감옥에 보낸 ‘쌍용차 해고자’ 가족들 그리고 3년째 길거리 천막농성을 이어가는 대학 시간강사들. 주변이 텅 비는 추석은 이들에게 더 쓸쓸하고 힘겨운 기간이다.

용산 참사 유족들
설날에 이어 추석에도
가족잃은 곳 못떠나
그 심정 말로는 못해요

쌍용차 해고자 가족
남편·동료 갇힌 판에
고향에 가도 못가도
마음이 무겁네요

천막농성 시간강사 부부
교원자격 회복 외치며
3년째 길거리 투쟁
올핸 우리만 남았네요

■ 지난 설날에 이어… 용산 참사 이후 첫 한가위를 맞는 희생자 가족들은 차례상을 차릴 수 없다. 8개월 넘게 장례를 치르지 못하면서 명절도 그냥 넘겨야 하는 처지가 됐다. 참사 직후 7일 만에 맞은 지난 설날(1월26일)은 사고 충격에 경황이 없었지만, 설마 추석에도 차례를 지내지 못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29일에 만난 권명숙(47)씨는 해마다 추석이면 경기 안산에 있는 큰집에 가곤 했지만, 올해는 상복을 입고 참사 현장을 지키게 됐다. 대신 몇몇 친척이 찾아오기로 했다. 권씨는 “아주버님과 시누이가 걱정을 많이 해줘 늘 미안하다”며 “그 심정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하겠냐”고 말하다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최근 순천향대병원에서 용산 참사 현장으로 ‘터전’을 옮긴 희생자 가족들은 추석 당일 남일당 건물에 마련된 분향소에 간단한 음식을 올리는 ‘상식’으로 차례를 대신할 예정이다.


김영곤(오른쪽)·김동애씨 부부가 29일 오후 ‘대학 시간강사의 교원 자격 회복’을 요구하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이 농성장에 내세운 팻말이 천막농성 755일째임을 알리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김영곤(오른쪽)·김동애씨 부부가 29일 오후 ‘대학 시간강사의 교원 자격 회복’을 요구하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이 농성장에 내세운 팻말이 천막농성 755일째임을 알리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 감옥 안팎에서… 이정아(36)씨는 이날 오전 남편이 구속돼있는 수원 구치소를 찾았다. 그는 쌍용차 파업기간에 해고 노동자들의 가족 모임인 ‘쌍용차 가족대책위원회’ 대표였다. “남편이 독방에 있어요. 하루 10분 면회라도 하지 않으면 남편은 하루 종일 만날 사람도, 말을 할 일도 없어요.”


기다리던 셋째 아이의 산달을 앞둬 몸이 무겁지만, 추석을 생각하면 마음은 천근만근이다. 장남인 남편이 함께 준비하던 시아버지 제사를, 올해는 이씨 혼자 차려야 한다. 그는 “다른 구속자 가족들은 남편 없이 아이들만 데리고 시댁 가기도 맘이 편치 않아 못 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했다.

구치소 밖에 있어 고향에 갈 수 있지만, 해고 노동자들의 마음도 온통 먹구름이다. 이복범(46)씨는 이날 수원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26명의 쌍용차 파업노동자들에게 세상 소식을 알리려 만든 소식지를 넣어주고, 오후 2시30분에는 평택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을 보려고 차에 몸을 실었다. 이씨는 “어머니가 계시는 큰 형님댁에 가긴 가지만, 해고된 처지라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쌍용차 파업 참가 노동자들은 오는 30일 저녁 함께 모여 밥과 위로를 나누는 조촐한 추석 맞이 행사를 열기로 했다.

■ 세 번째 추석을 거리에서 시간강사의 교원 자격 회복을 외치며 755일째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김동애(62·전 한성대 대우교수)·김영곤(60·고려대 시간강사)씨 부부는 올해도 길거리에서 추석을 맞는다. 길거리에서 보내는 추석이 올해로 세 번째다.

지난 2007년 9월7일, 대학 시간강사들의 교원 자격 회복을 요구하며 ‘비정규직교수노조’ 20여명은 추석을 앞두고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들의 싸움은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추석에는 5명이, 올 추석에는 부부 둘만 남았다. “중앙대 강내희 교수도, 진중권 교수도 함께 진보적 발언에 앞장섰지만 진 교수는 바로 학교에서 해고됐잖습니까? 그게 시간강사의 처지입니다.”

10년 동안 열악한 환경 탓에 자살한 강사만 8명이라고 이들은 전했다.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다잡곤 한다는 김씨 부부는 “내년 추석은 국회에서 표류중인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돼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유경 김민경 이경미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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