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사업으로 왕십리 떠난 세입자들은…
곳곳에서 뉴타운 개발 값싼 전세 ‘품귀’ 현상
일자리·자녀교육으로 대부분 주변지역 이사
곳곳에서 뉴타운 개발 값싼 전세 ‘품귀’ 현상
일자리·자녀교육으로 대부분 주변지역 이사
[<한겨레>-참여연대 공동기획]
1기 뉴타운 왕십리
세입자들 어디로 갔을까 서울 성동구 ‘왕십리 뉴타운’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이 지역의 세입자들은 전세금을 60% 넘게 더 주고 이사를 가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동시다발로 진행된 뉴타운 사업이 ‘값싼 전셋집’의 품귀와 전세대란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하는 사례다. <한겨레>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왕십리 뉴타운 1구역 세입자대책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이 지역 세입자 158가구의 주거 변화 양상을 추적했더니, 전셋값은 이주 전 평균 4353만원에서 이주 후 평균 7176만원으로 63% 폭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와 월세가 섞여 있는 경우, 서울시 에스에이치(SH)공사가 월세를 전세 보증금으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이자율(9.5%)을 대입해 산출했다. 보통 전세 보증금 1000만원을 깎아주는 대신 월세 10만원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는 연리 12%에 해당한다. 에스에이치공사의 ‘연리 9.5%’ 셈법은 이보다 더 월세가 적은 셈이다. 시중금리(4.5%)를 대입하면 반대로 환산된 전세보증금이 커져, 평균 5130만원에서 평균 9461만원으로 78.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왕십리는 서울 도심에 근접한 전통적인 서민주거지역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시작한 뉴타운 사업으로 세입자들이 큰 부담을 떠안은 것이다. 세입자들은 대부분 값싼 공공임대아파트 입주를 희망했지만, 원하는 지역에 빈집(성동구 내 32채)이 거의 없어 대부분 입주를 포기했다. 조사 대상 주민들은 대부분 자신의 생활권과 가까운 성동구 내 다른 지역(48가구·30.3%)과 동대문구(31가구·19.6%), 중구(12가구·7.6%), 성북구(14가구·8.8%) 등으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안양·성남 등 경기 지역(14가구·8.8%)이나 충남 아산 등 지방(5가구·3.2%)으로 생활 근거지를 바꾼 사람은 많지 않았다. 서울 강남권으로 이사한 사람은 송파구로 이주한 1가구밖에 없었다. 공공임대아파트 입주자는 30가구(18.9%)였다. 함께 조사를 진행한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왕십리 주민들은 일자리와 자녀교육 때문에 그동안 살아온 생활 근거지 주변으로 필사적으로 파고들었고, 이 과정에서 전셋값이 폭등한 일련의 흐름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왕십리 뉴타운 지구는 이곳에 사는 4275가구 가운데 세입자 비율이 84.6%(3620가구)로 매우 높아, 지역 특성을 고려한 세심한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지역은 2007년 10~11월 관리처분계획이 통과돼 이주가 시작됐다. 김남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변호사)은 “서울에는 재개발 사업을 기다리는 지역이 아직 많은데, 동시다발적으로 재개발을 추진하게 되면 주기적인 전세대란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길윤형 정유경 이경미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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