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에 수백업 ‘사업 몰아주기’ 관행도 여전
공공기관인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수천억원대 공사·용역·물품 계약에 특정 업체를 지정해 계약하는 ‘수의계약’ 관행을 올해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의계약을 통해 그룹사와 출자회사에 수백억원대 사업을 몰아주는 ‘제 식구 챙기기’ 관행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4일 행정감시 시민단체인 ‘위례시민연대’(공동대표 한영철 등)가 최근 한전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2009년 수의계약 현황’ 자료를 보면, 한전은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여덟 달 동안 ‘공사·용역 사업’과 ‘물품 구입’에 3638억원어치 수의계약을 맺었다.
전체 51건에 이르는 ‘공사·용역 사업’ 부문 수의계약에 투입된 돈만 2238억원에 이른다. 이런 수의계약 가운데 100억원이 넘는 계약만 무려 8건이었다. 특히 한전은 ‘알짜 사업’으로 알려진 ‘전기 검침 용역 사업’에 대한상이군경회, 한전산업개발 등 4개 기업에 각각 143억~550억원 규모의 사업을 나눠 내주는 등 총액 1295억원짜리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몰아준 경우도 있었다.
한전은 또 51건의 공사·용역 사업 가운데 22건, 1000억원대 사업들을 그룹사와 출자회사에 몰아줘 ‘제 식구 챙기기’라는 눈총도 사고 있다. 한전이 100% 출자한 전력 관련 정보통신(IT)업체인 ‘한전 케이디엔(KDN)’은 올해에만 한전으로부터 20여건의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계약금액만 546억원이다. 한전(49%)과 자유총연맹(51%)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한전산업개발’도 수의계약 덕분에 ‘전기 검침 용역 사업’ 단 한 건으로 550억원짜리 계약을 경쟁 없이 따냈다.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국가계약법)은 ‘(공공기관이) 계약을 체결하려면 일반 경쟁에 부쳐야 한다’(6조)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전은 국가계약법 시행령에서 △특정인의 기술을 요하는 조사·설계·시설관리(26조 1항 4호 차목) △국가상이유공자 단체가 생산하는 물품의 경우(〃조 〃 8호 마목) 등의 예외 규정을 수의계약의 근거로 들었다.
이 밖에 한전은 물품을 구입할 때도 300여건의 수의계약을 통해 1400억여원을 썼다. 한전은 절반 이상인 708억원어치를 ‘기존 물품의 부품교환·설비확충 때 호환성이 필요한 경우’(국가계약법 26조 1항 4호 타목)를 근거로 들어 수의계약했다.
이에 대해 한전 쪽은 “2012년까지 완전 경쟁 체제로 가기 위해 해마다 수의계약 규모를 줄이고 있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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