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옥중서신 원본 첫 공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76년 ‘3·1 민주구국 선언’ 사건으로 서울대 병동에 수감됐을 때 감시를 피해 몰래 못으로 쓴 옥중서신 원본(사진)이 8일 공개됐다. 이번에 공개된 편지는 지난달 말 증보판이 발간된 <옥중서신 1·2>에 내용이 실려 있지만, 편지 원본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관장 김성재)은 이날 김 전 대통령이 쓴 옥중서신 44통과 부인 이희호씨가 김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709통을 공개하고 11월8일까지 도서관 로비에 전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3·1 민주구국 선언으로 진주교도소에 수감됐다가 건강 악화로 서울대병원 병동에 입원했을 때 당국의 감시를 피해 껌 종이나 과자 포장지에 못으로 눌러 쓴 편지를 이희호씨에게 전달했다. 김대중도서관의 장신기 연구원은 “면회를 간 이희호 여사가 김 전 대통령과 사전에 약속한 보관 장소인 휴지통이나 화분 밑에서 편지를 꺼내 속옷 등에 감춰 몰래 밖으로 가지고 나왔다”며 “감시를 피해 쓴 편지인 만큼 국내외 인사들에게 민주화 운동의 방향을 제시하는 등 정치적인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편지에 나오는 정치 관련 인물의 이름은 발각을 우려해 영문 이니셜로 표기됐다. 1978년 8월31일의 편지에는 “UAM은 당신보고 접촉하라는 것이 아니라 M, P, L 같은 분들에게 전하라는 것이오”라고 적혀 있다. 장 연구원은 UAM은 주한미국대사관, M은 문익환 목사, P는 박형규 목사, L은 이택돈 변호사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해 9월12일의 편지에는 ‘대통령(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이번에 내는 서신은 비공개로 하시오. … 부득이 대통령께 호소한다는 것, 지금의 병원 수감은 불법이며 국고 낭비라는 것 등 자세히 써서 선처를 바라는 요지면 될 것이오’라는 내용이 있어 박 전 대통령에게 비공개로 편지를 보낸 정황도 확인됐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사진 김대중도서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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