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바꿔치기’ 병역수사 종결…브로커 등 76명 입건
8년 동안 22차례나 입영을 연기해 끝내 공익요원 판정을 받는 등 ‘입영기일 연기제도’를 악용해온 사람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7일 인터넷에 ‘입영연기 사이트’를 열어 공익요원 판정을 받게 도와준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병역 브로커 차아무개(31)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이들에게 입영 연기를 의뢰한 223명 가운데 74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환자 바꿔치기’ 수법으로 지난달 구속된 브로커 윤아무개(31)씨도 이런 사이트를 운영했던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브로커 차씨 등은 2007년부터 최근까지 입영 연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부탁을 받고 국가공무원시험에 응시하거나 외국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거짓 서류를 꾸며 대신 제출해주고 건당 50만~100만원의 수수료를 받아 챙긴 혐의를 사고 있다. 이들은 해병대에 지원한 뒤 고의로 탈락하는 수법도 썼다고 경찰은 밝혔다.
차씨 등은 이런 사정이 있는 입영 대상자의 경우, 만 29살까지 최대 2년 동안 사실상 횟수의 제한 없이 입영 연기가 가능하도록 한 병역법의 허점을 노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불구속 입건된 김아무개(27)씨는 차씨 등의 도움을 받아 2001년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8년간 공무원시험 응시나 질병, 외국 체류 등을 핑계로 입영을 22차례나 미뤘다. 하지만 김씨는 정작 시험을 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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