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서식밀도와 피해액·잡은 숫자
1㎢당 4마리꼴 과다 서식
11월부터 넉달 수렵장 운영
“사살보다 생태통로 터줘야”
11월부터 넉달 수렵장 운영
“사살보다 생태통로 터줘야”
정부가 멧돼지와의 전쟁에 나섰다.
30일 환경부와 전국 지방정부들은 11월부터 2월까지 전국의 19개 시·군에 수렵장 7527㎢를 운영하기로 했다. 사냥꾼 2만3801명도 멧돼지 8063마리의 포획 허가를 받았다. 보통 한 해 잡히는 멧돼지 3000~4000여마리의 갑절에 이르는 수다.
또 환경부는 이날 ‘야생 멧돼지 관리대책 회의’를 열고 멧돼지 서식밀도를 적극적으로 낮춰 달라고 16개 시도에 요청했다. 멧돼지 대책회의는 2006년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열렸다. 환경부는 “올해 전국의 멧돼지가 17만마리까지 늘어나 서울·부산 등 대도시에 출현한 사례만 25건이 보고됐다”며 “시민의 불안을 덜고 농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서식밀도를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수렵장이 운영되는 지역은 △강원 삼척·영월 △충북 충주·괴산 △전북 남원·고창·완주 △전남 강진·보성·장성·화순 △경북 안동·의성·청송·예천·고령·성주 △경남 고성·의령 등이다. 수렵장에서는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의 40%를 차지하는 멧돼지가 주요 표적이다. 2008년 전국 산림의 멧돼지 서식밀도는 1㎢당 4.1마리로 적정한 밀도인 1.1마리를 4배가량 넘어섰다.
멧돼지의 폭발적인 증가는 최근 총이나 덫을 이용한 밀렵이 강력히 단속되는데다 포식자인 호랑이·표범·늑대 등이 사라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개체 수는 자꾸 늘어나는데 고속도로나 주택단지 개발로 서식지가 줄어들고 이동 통로가 단절되는 탓에 인가 주변에서 목격되는 일이 잦아졌다. 특히 겨울을 앞두고 먹이·영역 경쟁에서 밀려났거나 암컷을 찾던 수컷들이 길을 잃고 마을이나 도시에 접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식밀도를 낮추는 방법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국립환경과학원 김원명 박사는 “수가 늘어나면 재산 피해뿐 아니라 인명 피해까지 일으킬 수 있어 사냥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성천 한나라당 의원은 “사냥으로 수를 급격히 줄이기보다 도시나 도로로 단절된 생태통로를 복원해줌으로써 서식지를 넓혀 밀도를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멧돼지는 길이 1~1.8m, 무게 100~300㎏의 잡식성 포유류로 행동권은 반지름 4~8㎞에 이르고 수명은 5년 안팎이다. 생후 1년 반이 지난 뒤 겨울에 짝짓기를 시작하고 한 번에 새끼 3~8마리를 낳는다. 산림을 중심으로 남한 땅의 30~40%에 서식한다. 사냥으로 잡은 멧돼지의 고기는 먹어도 되지만 판매·유통은 금지돼 있다. 고기맛은 쫄깃하고 담백하나 지방이 적어 질기다. 멧돼지를 만났을 때는 놀라지 말고 나무나 바위 뒤로 숨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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