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트 김 스티지(43)
생후 11개월에 노르웨이 입양 김스티지, 42년만에 방한
1966년 11월, 서울의 한 보육원에서 생후 11개월에 노르웨이로 입양된 아기가 아들·딸을 둔 장년으로 성장해 42년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주인공은 경찰청이 주관하는 ‘세계 한인 경찰 초청행사’에 참석하고자 지난 1일 방한한 쿠르트 김 스티지(43·사진). 그는 노르웨이 경찰학교를 졸업한 뒤 현재 노르웨이 순모르 지방경찰청에서 과학수사관으로 재직 중이다.
김씨는 갓난아기 때 입양된 탓인지 한국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다만, 노르웨이로 입양될 때 여권에 ‘김선모’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고 서울의 한 보육원에 있었다는 사실을 입양기관으로부터 전해들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는 거울을 볼 때마다 자신의 몸에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부지불식 간에 깨닫게 된다고 했다. 그는 2일 기자들과 만나 “저는 좋은 양부모님을 만나 행복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했고 경찰이 돼 부족한 것 없이 잘 살고 있어서 평소에 한국을 생각할 때가 많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가끔 거울 속 제 모습을 볼 때마다 ‘너는 참 독특한 노르웨이인이다’라고 혼잣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한국이 핸드볼이나 축구 경기에 출전하면 자신도 모르게 한국을 응원하게 돼 ‘피는 어쩔 수 없구나’하는 것을 느낀다”고도 했다.
김씨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한국 소녀 가장을 도우면서 모국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2000년부터 국제 아동구호단체를 통해 소개받은 순천의 한 소녀 가장에게 매달 후원금을 부쳐주고 있다. 편지와 사진, 크리스마스 등 명절에는 선물도 주고 받고 있다. 그는 “나뿐만 아니라 자식들도 한국과 연결고리를 갖도록 하고 싶어서 한국 아이를 후원하고 있다. 다른 후진국 어린이도 많지만, 한국의 아이를 선택한 것은 내가 노르웨이인이면서 한국인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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