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킷감청 위험성 심각
인터넷 회선을 타고 흐르는 데이터를 통째로 가로챌 수 있는 ‘패킷 감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이 사생활과 통신의 자유를 보장하려는 것이긴 하지만, 수사·정보기관의 악용 가능성을 차단하기엔 너무 취약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패킷 감청’의 존재는 지난 8월31일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의 곽동기 정책위원이 국가정보원에서 ‘패킷 감청’을 당했다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지난 10월7일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를 통해 2002년부터 현재까지 모두 11대의 인터넷 패킷 감청 설비가 정보통신위원회 인가를 거쳐 국내에 도입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광범위한 정보 흐름을 감시할 수 있는 ‘패킷 감청’ 자체가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정보보안업체 대표는 “인터넷 웹체계 자체가 정보보안에 충실하지 않아, 기술적으로 패킷 감청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심지어 접속하는 사이트의 주소나 포털 사이트에 입력한 검색어까지도 알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정보 송수신은 정보의 단위를 패킷으로 잘게 나눠 전달한 뒤 이를 이어 붙여 재현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중간에서 이 패킷을 가로챈다면 어떤 정보라도 감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법개정 논의와는 별도로 통신제한조치의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법원이 판단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열린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패킷 감청은 정보 통신 사실을 포괄적으로 감시하는 방법이므로, 통신제한조치의 최소 침해 원칙을 정하고 있는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에 어긋날 소지가 높다”며 “법원은 통신제한조치 허가서 발부에 특별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