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공사 시작…‘철새들의 낙원’ 살아남을까
4대강 공사 시작…‘철새들의 낙원’ 살아남을까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길목 11월, 충남 서천군 금강 하구에 올해도 어김없이 새들의 군무가 시작됐다. 10만여마리의 가창오리 떼가 지난 5일 황혼이 짙어진 서쪽 하늘을 배경으로 일제히 날아올랐다. 마치 거대한 물고기가 하늘로 날아오른 것처럼…. 붉은 해는 물고기의 눈처럼 보인다.
멸종위기 2급인 가창오리는 세계적으로 40만~60만마리가 있다. 대부분의 가창오리들은 바이칼호 주변에서 봄·여름을 난 뒤 한반도를 찾아와 이곳과 천수만 등지에서 겨울을 지낸다. 하지만 올해 한반도를 찾은 가창오리는 금강 하구를 찾은 10만여마리가 전부다. 주요 서식지 중 하나인 천수만에서는 반가운 진객들의 모습을 만날 수 없다. 여느 해와는 조금 다른 상황이다. 이를 두고 철새전문가로 이 지역 철새 보호에 힘쓰는 ‘푸른서천21’의 김억수 사무국장은 “나중에 올지, 아니면 중국 어딘가로 가버린 건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가창오리는 낮에는 안전한 물에서 쉬다가 밤이 되면 먹이활동을 위해 근처 논밭으로 날아간다. 이들이 추는 군무는 먹이활동 장소를 결정하는 집단 의사결정의 과정으로 보인다. 이날 이들은 동북쪽 군산시 나포면 들판을 향해 날아갔다. 가창오리의 군무는 3월 중순까지 계속된다. 왼쪽 아래 사진은 가창오리들이 석양빛이 붉게 비친 금강호 수면 위로 날아오르는 장면이고, 오른쪽 작은 사진은 6일 새벽 금강호로 다시 돌아오는 광경이다. 서천/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