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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회토론회에 온 일본 우토로 엄명부 부회장

등록 2005-06-01 21:02수정 2005-06-01 21:02

징용·차별 당한 것도 서러운데
살던 땅에서도 쫓겨날 판입니다

1일 국회에서 열린 ‘한일협정과 재외동포 국민토론회’에서 만난 엄명부(49) 우토로 주민회 부회장은 우토로의 역사와 주민들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며, “조국이 나서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일본 교토 우지시 우토로 51번지. 일제 시대 비행장 건설에 강제 징용된 재일 조선인들의 마을이다. 60년 넘게 살아온 이 땅에서 주민들이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 비행장 건설회사의 후신인 닛산차체주식회사는 1987년 주민들도 모르는 사이 조선인 거주 지역을 서일본식산에 넘겼다. 이 회사는 1989년 ‘토지수거 토지명도’ 소송을 제기했고, 10년 넘게 끌어온 재판에서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결국 우토로 주민들의 생존권을 외면했다.

우토로 1세대들은 사람이 살지 않던 땅에 집을 짓고, 텃밭을 일궈 마을을 만들었다. 이들은 1988년까지 상수도 시설조차 해주지 않는 일본 정부의 혹독한 차별로 우물물로 생활하면서도 꺾이지 않고 삶의 기반을 다져왔다.

강제징용된 재일 조선인들 마을
주민 몰래 딴 소유자에게 넘어가
계속 살려면 땅값 55억 내라는데
“애써 지켜온 땅 빼앗길 수 없다”

“대단한 지식이나 교양이 없이도 판단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한 민족이 고통 받고 있는 문제이면서, 차별 받아온 사람들이 생존권을 지키는 보편적 정의의 문제죠.”

우토로 조선인 마을 6400여 평은 지난해 부동산업자의 손에 넘어갔고, 땅 소유자는 9월말께는 땅을 되팔겠다며 땅값으로 5억5천만엔(약 55억원)을 제시했다.

당장 땅값을 마련할 길이 없는 주민들에게 가장 큰 걱정은 생계 지원을 받는 우토로 1세대들이다. 40명에 이르는 이들은 “아무리 좋은 집을 준다고 해도 우토로를 떠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토로 주민회도 여든을 넘긴 1세대들이 우토로에서 살다가 편안하게 눈감을 수 있도록 보금자리를 지켜는 일에 가장 힘을 쏟고 있다.


“우토로 주민들도 한국에서 강제철거로 고통 받는 민중과 같은 고통을 겪는 게 아니냐”는 물음에, 우토로 2세대인 엄 부회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단순히 재개발과 철거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토로 주민들은 60년 넘게 멸시와 차별을 받으면서도 끝내 조선인 마을을 지켜냈습니다. 우리가 지키려는 건 거주지가 아니라 우토로 공동체입니다.”

엄 부회장은 “삶의 터전을 지키려면 땅을 사들이는 길밖에 없다”며 “일본인 시민단체인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이 도와주고 있지만, 일본 사회에서 모금 운동의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우토로 주민회는 우선 주민들이 1억엔 정도를 모으기로 뜻을 모으고, 한국과 재일 조선인 공동체를 중심으로 모금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4월 지구촌동포청년연대를 중심으로 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이 ‘우토로국제대책회의’를 꾸렸고, 강창일(열린우리당) 의원과 나경원(한나라당) 등 국회의원 13명이 ‘우토로 문제를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을 꾸려 우토로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우토로 국제대책회의는 이날 ‘그동안 한국 정부가 우토로에 사는 한국인들을 방치해 국내 한국인과 해외 한국인 간에 심각한 차별이 있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했다.

우토로 주민 202명의 소박하면서도 간절한 바람은 오직 하나뿐이다. “조선인 차별의 역사를 온몸으로 견뎌온 우토로를 빼앗길 수 없다. 이곳에서 살다가 뼈를 묻고, 자손들이 우토로에서 한국인으로 살게 하고 싶다.”

글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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