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혐의확인 안돼”…강제송환 대신 자진귀국 기대
이명박 대통령의 ‘도곡동 땅’ 의혹까지 다시 불러낸 안원구 국세청 국장의 폭로와 관련해, 검찰이 “미국 뉴욕에 머물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직접 불러 조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표면적으로는 ‘그림로비’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폭로 전반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검찰 관계자는 27일 “한 전 청장은 어떤 방법으로든 직접 불러 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동마을 그림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지난 26일 “한 전 청장에게 귀국해 조사받을 것을 종용하고 있다”고 밝힌 내용을 더 강한 어조로 거듭 확인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한 전 청장은 그림로비 사건의 피고발인 신분으로, 간접적인 조사가 아닌 자진 귀국이나 소환을 통한 직접 조사를 할 것”이라며 “조사를 하게 되면 그림로비 의혹뿐만 아니라 안 국장이 제기한 의혹들도 조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한 전 청장의 구체적 혐의가 드러나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범죄인 인도청구를 할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국세청 내부의 문제이거나 한쪽의 주장일 뿐 범죄 혐의가 확인된 것은 없다”며 “국세청장까지 지낸 사람이 자신과 관련된 의혹이 이 정도로 커졌다면 당당히 귀국해 조사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결국 한 전 청장의 ‘자진 귀국’에 기대는 것 말고는 뾰족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 전 청장은 지난 25일(현지시각) “현재로선 귀국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검찰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로비 의혹 수사 당시, 미국에 머물고 있던 한 전 청장에 대해 전자우편과 전화로 조사를 대신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검찰은 지난 6월 수사를 끝내며 한 전 청장에 대해 ‘참고인 중지’ 등의 조처를 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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