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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주민들 ‘희망발언대’서 맺힌 말 쏟아내

등록 2009-12-06 16:35

‘100만 이주민 희망연대’ 결성 추진
"일할 때는 나쁜 말 하지 마세요. 월급 명세도 자세히 알고 싶어요(이상 이주노동자). 잘한 일을 하면 동포라고 부르고, 잘못했을 때는 조선족으로 부릅니다. 중국 동포로 불러주세요(중국 동포). 우리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를 뿐입니다. 다름을 인정해 주세요(이주 아동)."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와 인권단체연석회의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개최한 '이주민 희망발언대'에서 외국인 노동자와 중국 동포, 이주아동, 난민, 이주여성 등 이주민들은 그 동안 마음 속에 담아놓기만 했던 말을 작정하고 쏟아냈다.

스리랑카에서 온 이주 노동자 디랑커(27) 씨는 "가난한 나라에서 왔고 한국말도 서툴지만 우리는 사람인 만큼 사람으로 배려해주길 바란다"면서 "월급에는 기본급이 얼마인지, 잔업이나 연장 근로 수당이 얼마인지 나와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장님들이 우리 말을 들어주려고 하지 않고, 일하다 다치면 산재 혜택도 받지 못한다"며 "일하고 있을 때는 제발 나쁜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중국 동포 김용철(50) 씨는 "뉴스를 보면 잘한 일에는 동포라고 하고, 잘못한 것을 보도할 때는 조선족이라고 한다"며 "한국에서 일하며 시간당 4천원인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임금 체불도 많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앞으로 중국 동포의 목소리를 내는 단체를 만들어 요구를 전달하고, 사회에 참여할 것"이라며 "중국 동포의 자유왕래가 하루빨리 시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인 결혼이주 여성인 단가옥(32) 씨는 한국에 온 지 8년이 됐다고 자신을 소개한 다음 "'네 나라에 이런 것 없지' 또는 '네 나라에서 이런 것 안 먹어봤지' 같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불쾌해서 살기 싫어진다"면서 "한국은 주민등록번호 없이는 온라인 쇼핑도 할 수 없고 은행 통장도 만들 수 없는 이상한 나라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에 온 지 10년 된 몽골인 소녀 온드라는 "7살 때 한국에 온 직후 거의 갇혀 살았다"면서 "초등학교 때 친구들로부터 들은 '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이 큰 상처가 됐다. 지금은 몽골어를 거의 잊어버려 고교를 졸업한 다음 몽골로 돌아가면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온드라 양은 "한국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인정받고 학교를 다니며 공부하고 싶다"면서 "우리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고, 다름을 인정해 달라고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는 18일 '세계 이주민의 날' 행사를 준비하면서 이주민이 연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내야 한다는 뜻에서 가칭 '100만 이주민 희망연대'를 발족하기로 하고 그 준비 차원에서 이날 행사를 마련했다고 외노협 관계자는 전했다.

이들은 앞으로 상호 소통과 정보 교환을 위해 '희망연대 포럼'을 꾸린 후 이를 바탕으로 내년 2월 중 '100만 이주민 희망연대'를 공식 발족할 계획이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발언에 앞서 최의팔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들이 직접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한국이 새로운 사회, 인간다운 사회,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로 변하길 기대한다"며 "이들의 외침을 경청하는 것이 한국 사회를 사람답게 살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연대사에서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 것은 이주민에게, 동포에게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이들을 형제자매처럼 대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인간으로 대하고,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이다"고 힘줘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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