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군 소원면 의항리의 이씨 할머니(89)가 2일 오후 마을 한편에 있는 비닐집에서 굴을 까고 있다. 할머니는 일하는 틈틈이 바다를 바라보며 한숨을 짓기도 했다.
태안사고 2년, 의항리에선
피해청구 6만600건에
겨우 600건만 보상금
바다 흑빛은 걷혔는데
굴양식장 언제 열지
날품·희망근로로 살아 2007년 12월7일,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와 ‘삼성 1호’가 난데없이 충돌했다. 이 일로 태안을 비롯해 충남의 6개 시·군 일대가 온통 흙빛으로 바뀌었다. 무려 1만2000여㎘의 원유가 급습하면서 바다와 해안은 초토화됐다.
그 후 2년, 피해가 가장 컸던 곳인 태안군 의항리의 한 어촌을 찾았다. 기름이 새까맣게 눌어붙었던 방파제와 어선들은 깨끗하게 바뀌었다. 어촌은 겉으로는 옛 풍경을 거의 회복한 듯했다. 하지만 그날의 악몽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바다는 아직도 온전히 주민들의 것이 아니었다. 굴양식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굴 까던 비닐집은 먼지투성이다. 이씨라고만 밝힌 한 할머니(89)가 마침 굴을 까고 있었다. 개펄과 바위에 붙어 있던 것을 용케 챙긴 것인데, 하루 꼬박 일해도 고작 3㎏ 정도에 불과하다. 할머니는 사고 직후 자원봉사자들이 해안을 청소해 이나마 굴이라도 깔 수 있는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소일거리일 뿐 살림살이엔 턱도 없다. 이충경 어촌계장은 “주민 대부분은 희망근로 하고 날품을 팔아왔다”고 전했다. 주민들의 가슴을 새까맣게 타들게 하는 또다른 요인은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보상이다. 지난달 30일 현재 충남 6개 시·군이 허베이 스피리트 센터에 낸 보상청구 건수는 6만596건, 금액으로는 1조465억1900만원이다. 이 가운데 검토를 거쳐 국제유류오염보상기구(IOPC·아이오피시)가 피해보상 조사를 승인한 것은 겨우 1576건, 83억8200만원이며, 실제 이뤄진 보상은 기껏 600여건 68억원에 그친다.
태안 기름 유출사고 피해 보상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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