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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보상건수 1%도 안돼”…주민 삶은 아직도 흑빛

등록 2009-12-06 21:09수정 2009-12-06 22:11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의 이씨 할머니(89)가 2일 오후 마을 한편에 있는 비닐집에서 굴을 까고 있다. 할머니는 일하는 틈틈이 바다를 바라보며 한숨을 짓기도 했다.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의 이씨 할머니(89)가 2일 오후 마을 한편에 있는 비닐집에서 굴을 까고 있다. 할머니는 일하는 틈틈이 바다를 바라보며 한숨을 짓기도 했다.
태안사고 2년, 의항리에선




피해청구 6만600건에

겨우 600건만 보상금

바다 흑빛은 걷혔는데

굴양식장 언제 열지

날품·희망근로로 살아

2007년 12월7일,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와 ‘삼성 1호’가 난데없이 충돌했다. 이 일로 태안을 비롯해 충남의 6개 시·군 일대가 온통 흙빛으로 바뀌었다. 무려 1만2000여㎘의 원유가 급습하면서 바다와 해안은 초토화됐다.


그 후 2년, 피해가 가장 컸던 곳인 태안군 의항리의 한 어촌을 찾았다. 기름이 새까맣게 눌어붙었던 방파제와 어선들은 깨끗하게 바뀌었다. 어촌은 겉으로는 옛 풍경을 거의 회복한 듯했다. 하지만 그날의 악몽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바다는 아직도 온전히 주민들의 것이 아니었다.

굴양식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굴 까던 비닐집은 먼지투성이다. 이씨라고만 밝힌 한 할머니(89)가 마침 굴을 까고 있었다. 개펄과 바위에 붙어 있던 것을 용케 챙긴 것인데, 하루 꼬박 일해도 고작 3㎏ 정도에 불과하다. 할머니는 사고 직후 자원봉사자들이 해안을 청소해 이나마 굴이라도 깔 수 있는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소일거리일 뿐 살림살이엔 턱도 없다. 이충경 어촌계장은 “주민 대부분은 희망근로 하고 날품을 팔아왔다”고 전했다.

주민들의 가슴을 새까맣게 타들게 하는 또다른 요인은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보상이다. 지난달 30일 현재 충남 6개 시·군이 허베이 스피리트 센터에 낸 보상청구 건수는 6만596건, 금액으로는 1조465억1900만원이다. 이 가운데 검토를 거쳐 국제유류오염보상기구(IOPC·아이오피시)가 피해보상 조사를 승인한 것은 겨우 1576건, 83억8200만원이며, 실제 이뤄진 보상은 기껏 600여건 68억원에 그친다.

태안 기름 유출사고 피해 보상 현황
태안 기름 유출사고 피해 보상 현황
서산수협 등 피해가 큰 어민들은 보상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정부와 아이오피시가 조업제한 보상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피해액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오피시는 ‘사고 한 달 뒤부터는 조업이 가능한데도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 수개월씩 조업제한을 해 피해보상액이 지나치게 많이 잡혔다’고 하는 반면, 정부는 ‘조업을 해도 어차피 팔리지 않기 때문에 조업 제한은 적절했다’는 의견이다. 피해 신고의 70%가량이 손해입증 자료 구비가 쉽지 않은 맨손어업이란 점도 피해보상을 늦게 하는 이유다. 아이오피시는 불법어로를 보상 대상에서 제외해 추정 피해액은 최대 6150억원에서 5770억원으로 줄었다. 380억원이 준 셈이다.

김관수 의항2리 이장은 “주민들은 국민 관심도 줄어들고 정부 등의 지원도 없어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며 “바다 오염이 어느 정도인지, 양식장을 언제 다시 만들 수 있을지, 얼마나 보상받을지를 알지 못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등은 지난 7월 피해지역 12개 시·군 6473.7㎢를 특별해양환경복원지역으로 지정한 데 이어, 최근에는 피해지역에 대한 환경복원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19년까지 10년 동안 4842억원을 들여 해양 환경·생태계 복원 등 25개 사업을 하는 것이 뼈대다. 하지만 지금껏 벌여온 피해지역에 대한 생태조사 결과 공개는 여전히 미루고 있어 주민들의 또다른 원성을 사고 있다.

태안/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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